매거진 화첩단상

위양지의 왕버들

경남 밀양시, 위양지

by 이종민


늘 한 발 늦다. 천성이 굼뜬 탓인지, 아니면 애살이 부족한 탓인지? 보려던 이팝나무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고, 애먼 집들과 나무들만 스케치 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수확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기이한 나무 몇 그루를 관찰하게 된 것이다. 왕버들, 크고 오래된 이 나무들은 물을 무척 좋아하여 늘 물가에 있다. 아예 물 속으로 들어가 태연히 잎을 피우는 것도 있다. 주왕산 주산지에 있는 것들의 유명세가 그 때문이란 것은 아는 바 였지만, 이곳 또한 둥치가 굵은 몇 그루가 아예 체면을 버리고 물에 잠겨 특이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나는 큰 나무 앞에서 늘 주눅이 든다. 나의 속과 품이 겨우 간난아이 손바닥만해서 일까? 저번에 그렸던 수영사적공원 푸조나무 때에도 느꼈던 바이다. 이번에도 엄두가 나지 않아 나무를 다 그려내지 못하고, 물에 잠긴 부분만 겨우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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