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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민 May 13. 2023

경성대 아랫 골목

화첩단상


“혼자인데, 기본 4인분이 너무 많지 않소? 한 2인분만 하고 다른 거 좀 더 시키면 안되겠소?“ 내가 물었다.

”곤란한데요. 기본 4인분 부터 상이 차려 집니다. 그리고 천천히 잡수시면 다 드실 수 있어요. 저는 5분만에 다 먹어요.” 덩치가 좋은 종업원이 답했다.

하기야, 1인분에 5,500원이니, 4인부터 시작하는게, 상차림 비용이라도 나오겠다. 어른 주제에 우문을 한 내가 부끄러워지고…조금 있으니 학생들의 무리가 들이닥치고, 모두 4인분 주문부터 시작한다.


씨끌벅쩍한 분위기 탓인지 혼자 먹어도 고기는 맛이 있고, 심심한 나는 문득 오래전, 두 아들의 자취생활과 내가 부치던 생활비를 떠올린다. 저들과 같은 모습이었겠지? 그래도 단백질 공급은 문제가 없었겠군. 문득 고깃집 사장님이 고마워졌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하릴없이 핸드폰으로 세태를 탐색한다. 세상이 참 씨끄럽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국민과 시민들은 아직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문제가 있어도, 슬기롭게 잘 견딘다. 문제는 위의 사람들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는 건지? 이해 불가능이다. 세상의 모든 씨끄러움은 그들이 만든다. 위정자랍시고 폼만 가득 잡고, 실력은 도무지 꽝. 그들의 생각이 바르면, 우리 아이들이 좀더 마음놓고 고기를 먹을 텐데…. 바보 멍충이들을 상전으로 모시고 있다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이런 저런 생각에, 술 한 병도 훌쩍, 그 많던 고기도 훌쩍. 아~ 봄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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