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편 자리에 앉은 퍼머 머리 할머니. “지갑을 거기 넣으면 위험해 !“. 나는 지갑 위치를 바꾸었다. 그리고, “씹지 말고 녹여 먹어 !“. 나는 누룽지 사탕 한 알을 받았다. 잠시 후. “거기 앉지 말고, 내 옆으로 와 !”. 이번엔 할머니 말을 듣지 않고 내 자리를 고수했다. “그냥 여기 앉을게요.”
할머니는 나를 아들처럼 생각했을까? 아니면, 늘그막에 친구라도 만들고 싶으셨나? 나는 매우 헷갈려 하며 퍼머 머리 할머니의 옆 모습을 그렸다. 흘껏흘껏 조심스레. 웬지 들키면 매우 곤란해 질 것만 같았다.
손과 펜을 숨겨 가며 겨우 한 장을 그렸고, 할머니는 우리집 바로 전 정류장에 내리셨다. 할머니는 나의 존재를 잊은 듯, 이번엔 내게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아무튼.
퍼머 머리 할머니의 모습이 겨우 내 화첩에 남았으니, 할머니의 조언과 사탕값은 치룬 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