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말하다
조선의 화가 안견은 안평대군의 꿈을 듣고 그림을 그려 ‘몽유도원도’라 하였다. 화가와 후견인은 그림을 통하여 천국을 거닐었다.
내게도 매번 다르지 않는 모습으로 평생을 두고 나타나는 꿈 속의 풍경이 하나 있다. 남쪽의 내 고향에서 부산항으로 진입하는 상황이고 나는 배의 갑판에 서 있다. 남국의 풍경을 한 몇 개의 섬 사이로 배는 천천히 흐르고, 물은 거울처럼 맑다. 좌우로 스치는 산의 색은 물풀의 색을 닮았고, 크고 작은 바위가 그 아래의 물과 산의 경계를 가르고 있다. 선들~ 익은 봄 따듯한 해풍이 뺨을 스치고, 곁에 있는 사람의 온기가 몸으로 온다. 어떤 날은 내가 그 사람을 위하여 숲 속에 집을 짓기도 하였다. 하룻밤의 꿈이라도 어찌 행복하지 않았을까.
문득 그 꿈이 떠오른다. 글을 쓸까 그림을 그릴까? 상상을 구체화시킨다는 일이 그리 녹녹할까? 용기를 내어 그림을 그렸다. 꿈에 본 풍경의 절반이나 옮겼을까? 아~ 풍경이 내일 꿈 속에 다시 한 번 나타나 준다면. 한계에 부딪히니 그 조차 또 꿈이 된다.
그림에 ‘몽유도원도’라 제목을 붙여 놓고, 안평대군과 안견의 심정이 어땠을까? 가소롭게 흉내를 내는 심사가 애처롭고, 하물며 서투른 글씨로 夢遊碧海라 써 놓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아서라~ 내 재주가 한계에 이르니 꿈이라도 몇 번 더 꾸어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