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첩단상

소쇄원 담장

by 이종민


사람 키 높이의 완전히 폐곡廢曲 되지않은 담장은 그 완만緩彎이 가져다 주는 여유로움이 기품있다. 가릴듯 가리지 않으려는 시선의 배려이며, 내가 선 위치의 높낮이에 따라 막기도 틔우기도 하는 절묘한 시각적 수직배분. 크게 담 너머를 바라볼라치면 삼라만상을 애둘러 보려는 절대자적인 호연지기로부터, 담 아래로 시계를 축소시키면 선線 아래로 독립되어 속내을 잘 다스리려는 선비적인 정신에까지. 그 완급의 조절이 낮은 담 하나로 인해 자유스럽다. 어수룩한 황토의 담이 가져다주는 실재적인 수평적 구도다. 실눈을 하고 내재된 정신 하나를 찾아 보자면, ‘자연‘이라는 순박한 화폭에 노련한 붓 획 하나가 초록의 숲을 배경으로 그어져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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