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첩단상

남천팥빙수집에 가면

by 이종민


남천팥빙수집에 가면, 빙수보다는 단팥죽. 적어도 내겐 그렇다. 어머니께서는 팥을 ’퐅‘이라 불렀다. 파란 유리병 가득 채워져 있던, 검붉은 팥 한 무더기를 꺼내어 끓인 퐅죽을 그리 좋아하셨던 것이다. 퐅죽 뿐만이 아니라 퐅수제비도 자주 해 드셨다. 그래! 퐅이라 부르는 게 어머니와 나 사이의 말이었다. 내가 아파서 땀을 흘릴 때. “우짜겄노. 퐅죽 같은 땀을 흘리네.” 하면서 걱정 하기도 하셨다. 팥이라 부른 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내 나이가 한참 들어서다.


그런 팥죽의 맛이 그땐 별로였다. 지금 생각해도 남천팥빙수집 팥죽이 엄마 팥죽보다 달고 맛있음에 분명하다. 그래도 남천팥빙수 집에 가면 엄마 생각부터 난다. 팥죽이 달건 싱겁건. 맛이 혀 끝에만 있지 않나 보다. 머리 속 저 한구석에도 있다. 단팥죽 한 그릇 앞에 놓고 기억을 더듬는다. 그 맛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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