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화첩단상

적산가옥 카페

by 이종민
야외 스케치 수업 중 / 초량1941


‘초량1941’. 인기 많은 카페다. 해방 후 일본 사람들이 남기고 간 재산, 이른바 적산가옥을 카페로 리노베이션하였다. 카페 이름으로 미루어 1941년도에 지은 듯 하니, 80년이 흘쩍 넘은 집이다. 여전히 잘 쓰이고 있으니 거두절미 좋은 집이 아닌가.


기둥, 벽, 천장의 모양은 물론 색깔, 디테일, 냄새 까지. 이 익숙한 것들의 추억이 내게도 있다. 어릴적 아버지 직장의 사택이었던 서른 평 정도의 적산가옥. 건조하기도 습하기도 했던 그 집에서 몇 년을 살았다. 이후 건축을 배울 무렵. 다니자끼 준이치로가 쓴 ‘음예예찬‘을 읽으면서 어릴적 공간 기억을 떠올린 적이 있다.


오랜만에 익숙한 건축 부재들을 만져본다. 공간 경험의 기억은 꽤 오래 가나 보다. 예전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 오다니. 그 갈색의 공간에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계신다. 삐걱 거리는 나무 의자 소리가 싫지 않다. 갈색 탁자 위에 차 한 잔을 올리고. 나는 오래전 기억을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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