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막마을

by 이종민


개발과 보존. 오래된 마을에 가면 눈시울이 뜨끈해 진다.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늘 생기기 때문. 이곳의 도시계획적 처리도 가타부타 말이 많았다. 대놓고 결론짓지 못하는 심정을 나는 이해하였다. 삶의 진보란 명제 앞에 역사와 추억 따위는 늘 불편한 걸림돌이라는 게, 여전히 진행중인 개발시대의 대체적 생각이었다.


하지만,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개항과 침략 시대의 증거, 그 속에 두서 없이 버무려진 오랜 시민의 삶. 보는 바와 같이, 이곳의 현상적 실체는 실로 허약하고 초라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곳에 버무려진 질곡의 시간마저 덤프트럭에 담아 멀리 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리하여 새로운 질서를 주장하는 것이, 역사 앞에서는 대놓고 당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행히 이 마을은 보전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전시관이 생기는 등 행정의 뒷받침이 개발의 허전함을 달래 줄 지 모르겠다. 다만, 나는 그 아린 현장을 형상이 바뀌기 전에 그려 두려는 것이다.


* 소막마을 /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소를 수탈하기 위해 우역검역소와 소 막사를 설치해둔 곳으로 피란 시절 빈 막사에서 하루하루 버틴 실향민 애환이 묻어나는 곳, 부산광역시 남구 우암동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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