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1. 12
후배 C와 J
오랜만에 두 사람을 만났다. 우리는 희미한 밤 조명 아래에서 늙음을 애써 숨기고. 더러는 아련하게, 더러는 가물가물, 서로의 기억을 되살려 준다. 두 사람이 살려준 나에 대한 기억이 오히려 내겐 잊혀진 것들이 많았다. 세월이 아쉬운 건지 아니면 나의 기억력 탓인지? 실은 그 모두가 지금도 여전히 사라져 가는 것들이었다.
매섭고 집요한 것들이 사라지고. 어떤 것은 두루뭉술 하고. 또 어떤 것은 애써 숨기고, 어떤 것은 희미하게 내버려둔다. 느릿느릿. 그럼에도 후회스럽다거나 불만족이지 않은 것은 어쩌면 이 나이에 현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와중에도 정체가 불분명한 따듯함이 흐르고 있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는 간간히 두 사람 너머로 밤의 인공 조명 아래에서도 색을 뽐내고 있는 제라늄 꽃들을 바라 보았고, 두 사람과 겹치는 그 풍경이 마냥 좋았다.
* 꽃은 후배C의 아내가 키운 제라늄들. 장소는 남천동 ’꽃마실’ 식당 겸 주점. 주인장은 후배C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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