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말하다
오래전 아미동 어느 골목에서 ‘슈렉’을 만난 적이 있었다. 2층 건물이 온통 진한 초록의 페인트를 둘러 쓰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건물주의 예술적 안목인지, 아니면 잦은 페인트 칠에 지친 낡은 건물의 비애인지 몰라 하였다. 아무튼 개성없는 골목에서 건물의 도발은 꽤 충격적이었다.
요즈음 사라진 것들을 그리다가 만나는 것들. 정확히 말하여, 평소에 지나치다가 비로소 눈여겨 보는 것들. 그것들이 거는 말들은 무척 선언적이다. 오늘은 ‘지니’를 본다. 영화 알라딘에서, 램프에서 펑 하고 나타나 주인의 모든 어려움을 일시에 해결하는. 온몸이 파랑색인 유쾌한 자이안트 ‘지니’.
나는 이 또한 예술이라 부르고 싶다. 이름 없는 시민들의 언어만큼 거짓없이 순수한 게 있을까? 고상과 품위에 좀 어긋나더라도 뭐 어때? 방자하고 도발적인 그것들은, 조화를 빙자한 밍밍한 도시의 색채에 선명한 언어로 온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을 건다. “뭐 어때? 무시하지 말라구. 나 아직 건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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