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구조의 체질개선

미래를 디자인하는 일

by 예술짱

도시는 늘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이었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과 노동자,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교육·의료·문화가 도시의 기본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인권과 인건비가 높아지고, 제조업 공장은 해외로 옮겨갔습니다. 남겨진 것은 비어버린 공장과 창고, 공동화된 도심이었습니다.


세계의 선진 도시들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습니다. 뉴욕의 오래된 창고가 갤러리와 예술가작업실로, 베를린의 공장이 뮤지엄과 공연장으로, 런던의 낡은 주택이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변신했습니다. 베이징의 무기공장이었던 798번지 공장지대는 예술촌으로 관광산업을 구축해내었습니다.

산업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문화와 관광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으며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낡은 건물을 새로 짓는 일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을 품은 공간을 미래의 콘텐츠로 바꾸는 과정이었던 셈입니다.


한국도 2014년을 기점으로 도시재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의 모델을 충분히 참고하지 못한 채 행정 편의주의에 매몰되면서, 정책 자금이 흩어지고 도시의 큰 그림은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고유의 풍류문화와 K-컬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관광산업의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여전히 많은 지자체가 70~80년대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정치와 행정은 시대의 흐름을 가장 먼저 읽어야 합니다. 농경사회, 제조업 사회에 머물러 있다면 지역민들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광주·전남이 메가시티로 통합하든 그렇지 않든,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에 맞는 도시 디자인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입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산업화 과정에서 전라도와 경상도의 부의 중심이 바뀐 것(농경시대에는 전라도가 부의 중심이자 문화중심이었던)도 결국 산업구조의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의 부와 기회 역시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변화에 적응하는 지역에 집중될 것입니다.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고 산업구조가 바뀌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과거의 공약에 매달리는 대신, 미래를 향한 도시의 체질개선에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요.


도시는 단순히 건물과 도로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담는 무대입니다. 그 무대를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지역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고, 도시의 매력이 세계로 뻗어 나갑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과감한 상상과 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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