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의 너머, 보팔과 산치

보팔(Bhopal)과 산치(Sanchi) 여행기(2004년 1월)

by 인도로가는길

1. 들어가기


인도 중부 마디아 프라데시(Madhya Pradesh)주의 주도인 보팔은, 지도상으로 인도의 정중앙에 위치합니다. 2017년 기준 180만 명의 인구로, 이슬람교도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전체 인구의 약 30%)이라고 할 수 있죠. 인도 북부 여행지가 그렇듯, 낮 기온 40도가 넘는 혹서기와 우기, 그리고 평균 기온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건기가 함께 공존하는데요. 여행은 아무래도 건기(11월~2월)에 돌아다니기 적당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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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팔의 모습


보팔은 무굴 제국의 영향을 받은 오래된 건축물과, 인도의 현대식 계획도시 건축물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입니다. 오래된 모스크와 시장, 도시 중심에 위치한 두 개의 호수 등 보팔 자체만으로 여행지의 매력이 없다곤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보팔에서 46km 떨어진 산치 스투파(Sanchi Stupa)를 방문하는 것은 인도 배낭여행 무용담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겠죠. 기원전 2세기부터 조성되기 시작하여 12세기 인도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꽃 피운 산치는, 현존하는 불교 성지 중 가장 오래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hopal-Union_Carbide_1_crop_memorial.jpg 보팔 재앙 추모 기념물


그러나 보팔을 여행하기 전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건이 있습니다. 보팔은 1984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인 보팔 재앙(Bhopal disaster)이 벌어진 곳인데요. 안전불감증에 의한 가스 누출 사고로 당시에만 3,800여명이 사망했고, 후유증을 얻은 사람을 포함해 1만 6천 여명의 사망자와 56만 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인류는 2년 뒤, 또 다른 안전불감증 재해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일으켜 168명의 사망자와 20만명의 피폭자(최대 80만명까지 추정)를 발생시킵니다. 피로서 제국을 세웠으나 불교에 귀의한 후 전 세계에 전파한 아소카 대왕(Ashoka the Great)의 흔적이 남아있는 산치 스투파와 가스 누출 사고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를 일으킨 보팔을 여행하는 것은, 죽음과 생명이 공존하며(生死一如)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는(念死) 불교의 가르침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2. 교통


항공


필자는 개인적으로 인도를 4번 여행했는데, 마지막 인도 여행은 2013년 이였습니다. 과거 인도를 여행할 때 기차가 유일한 운송수단이라고 믿었는데, 요즘 인도 여러 곳에 공항이 생긴 걸 볼 때 마다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저는 과거 히말라야의 끝자락 라닥의 레(Leh)에서 델리를 거쳐 콜카타를 가는 국내 항공편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요, 약 이틀간의 버스와 기차여행이 3시간으로 줄어드는 기적을 맛보았죠. 물론 육로로 이동하는 것이 여행경비를 줄이는 지름길이지만, 이동하면서 소비하는 시간과 숙박비, 식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본다면 항공편을 선택하는 것도 굳이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죠.


보팔의 어원이자 도시를 세우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한 라자 보즈의 이름을 딴 라자 보즈 공항(Raja Bhoj Airport)이 시내에서 15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약 750명의 승객을 수용 가능한 이 공항은 2010년에 완공되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로 순례자(Haji)들을 나르는 항공편을 운행했죠. 2013년, 마디아 프라데시 주에서 태양열을 이용해 시설을 운용하는 첫 번째 공항이 된 라자 보즈 공항은, 델리, 뭄바이, 자이푸르, 라이푸르, 방갈로르, 첸나이, 콜카타, 하이데라바드 등 인도의 다양한 공항들과의 항공편을 제공합니다.


기차


보팔은 인도 중부선과 서부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보팔은 두 곳의 기차역이 있는데요, 구시가지의 보팔역과 신시가지의 하빕간즈 기차역(Habibganj Railway Station)이 그것입니다. 본인의 출발역을 반드시 확인한 후 기차역으로 이동하세요.


버스


하빕간즈 기차역에서 도보로 5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쿠샤바우 태클레이 버스 터미널(Kushabahu Thackrey Inter State Terminus)에서 산치와 카주라호 등과 연결되는 버스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산치의 불교 석탑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보팔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쉽습니다. 아스타(Ashta)로 향하는 대다수의 버스들이 산치를 거치고, 산치와 500미터 떨어진 곳에 내려주기 때문에 손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산치역을 갈 수도 있으니, 편한 교통편을 이용해 산치로 갑시다.


IMG_1127.jpg 2004년 당시 버스터미널 모습

시내교통


신시가지가 조성되면서 보팔도 괜찮은 대중교통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BRTS Corridor(전용차선으로 운행되는 붉은색 버스)는 저렴한 가격에 손쉽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3. 가볼만한 곳


무굴 양식과 힌두 양식이 절충된 오래된 모스크들이 보팔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 중 타즈 울 마사지드(Taj-ul-Masajid)는 인도에서 가장 큰 모스크이며, 자마 마스지드, 모티 마스지드 등도 둘러볼 만합니다. 구시가지의 시장(chowk bazzar)에서 유명한 보팔산 구슬 공예품과 자수 공예품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주정부는 보팔을 예술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바랏 바완(Bharat Bhawan)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공연예술 뿐 아니라 다양한 인도 작가들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주정부에서 건립한 인간박물관(Museum of Man)은 인류가 어떻게 경작을 하고, 어떠한 도구를 사용해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지를 전시하는 인류사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시간이 허락한다면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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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랏 바완 예술센터 공연 모습(좌) 타즈 울 마사지드(우)


보팔은 호수의 도시입니다. 보팔을 설명하면서 두 개의 큰 호수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겠죠. 라자 보즈의 피부병을 치료했다고 알려진 어퍼 레이크(Upper Lake)와 로어 레이크(Lower Lake)에서 여가를 즐기는 다양한 인도인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어퍼 레이크 남쪽에는 반 비하르 국립공원(Van Vihar National Park Bhopal)이 있는데요,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호랑이, 곰, 사슴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상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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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마트 조끼를 파는 촉 바자르(좌) 어퍼 레이크에서 세차중인 릭샤왈라(중) 수행중인 요기(우)


보팔에서 40km 떨어진 곳에, 넓은 평야를 굽어보는 언덕에 산치 불교 기념물군(Buddhist Monuments at Sanchi)이 있습니다. 돌기둥·왕궁·사원·수도원 등의 다양한 불교 기념물이 기원전 1~2세기부터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12세기까지 인도 불교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한 오래된 불교 성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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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카 왕의 석주와 산치 석탑


산치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유적은 기둥머리에 사자 장식이 있는 아소카 왕의 석주인데요, 현존하는 불교 성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불교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제1석탑에 봉안된 사리함은 석가모니의 제자인 사리푸트라(Shariputra, 舍利佛)의 사리를 모시고 있는데, 소승불교(Hinayana)의 수행자로서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아잔타 석굴과 마찬가지로, 1818년 영국의 테일러 장군이 발견하기까지 산치는 600년 동안 울창한 초목에 덮인 체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인도의 고고 탐사팀이 작업을 시작하고 언덕을 정리하면서 50여 개의 불교 유적군이 발견되었고, 이는 인도 고고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탐사로 손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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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치 불교 유적군의 모습


인도의 관광지로 유명한 산치이지만, 주변 환경이 우수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생수 구입시 반드시 마개가 열린 흔적이 있는지 확인한 후 구입하세요. 사탕수수 주스를 판매하는 노점이 곳곳에 있지만, 위생상의 이유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부처상과 산치탑 등을 대리석이나 나무로 만든 수공예품을 산치 주변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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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팔과 산치 관광지에서 필자(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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