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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라떼 메가시티라떼 별노무라떼

by 잡귀채신


진저에도 라떼

흑임자에도 라떼

딸기에도 라떼

아무튼 무슨무슨라떼


1일 1카페, 어떨땐 1일 2카페 체제로 몇일 보내다 보니, 카페 메뉴 확장의 비결은 라떼에 있다는 걸 눈치챘다.

뒤에 라떼만 붙이면 몽글하게 밀키감성 되는 것에 착안하여

'라떼자세'로 눈앞의 생을 대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오목렌즈로 보면 세상이 오목해지듯이 라떼로 대하면 푹신한우유거품세상이 되쟎나싶어서. 오늘 구름도 생크림구름이고 해서.


1. 에이시안 단체 손님이 적막강산이던 카페로 들어왔다. 나는 긴장했고, 아니나 다를까 나에게 말을 건다. 사실 아까부터 유리밖에서 나를 놓고 뭐라뭐라 하는거 내가 다 알고 있다. 그래, 와라 컴온. 너가 선빵때려라. 나는 정당방위할란다. 내 감방생활이 슬기로워질 것까지 초고속으로 진도빼는 상상하며 나는 시계를 풀고 반지를 껴야겠다-하고 있는데,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키가 180은 되어 보이는 여자가 잽싸게 물었다. "두유마인드...?" 왜 말을 줄이지? 맥락을 보아하니 내 자리에 있는 의자를 가져가겠다는 소리. 가져가라라떼.

잠시 뒤에 또 온다. ㅅㅂ왜 또 오지?...라떼 "두유리브히얼?" 나는 최대한 못 알아들은 맑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라떼?" 그녀는 당연히 무슨말인지 못알아 듣는다. 이윽고 그들끼리 뭐라뭐라 하더니 무슨 종이를 가지고 와서 내 옆에 앉아도 되냐고 물었고 나는 못알아듣는척 하면서 시계를 풀고 있는데, 점원이 와서 끼어들어 줬다. (이 점원은 왜 그랬을까)

1:9 액션장면 선사해 드리려고 했는데, 덕분에 못 보여드리고, 팁을 드리고 나왔다.


2. 내가 라떼 1000잔을 더 마셔도 목장은 여전히 가난하다.

5500~7500사이 평균 라떼가격이라 봤을때, 우유값은 대략 300~400원. 이걸로 사료사고 축사유지보수하고 전기니 물이니 써야하고 수의사 약값..분뇨처리분담금... 인건비는 감히 끼어들 수 없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소 한마리가 탄생하면, 쟤가 우유를 짜 줄 때까지 2년'이나'걸리네 같은 가슴아픈 생각들을 하시는거다. 부가가치라는게 대부분 프랜차이즈나 유통단계에서 만들어지니까 농가는 가격결정권이 없다. 결국은 농가에서 가공까지 직접하고, 유바리멜론처럼 브랜딩까지 직접하고, 소비자는 돈과 시간을 열심히 만들어서 부지런떨고 산지까지 직접가서 거래해야하는 걸까. 커피도 그렇고. 이건 순수한 자본논리로 돌아 간다기보다, 오히려 어떤10개새가 중간에 들어와서 장난질 쳐놓은거라고밖에 안보인다..라떼.


3. 여행이라는건 원래가 위험하다. 내 테리토리 내 나와바리에서도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는데, 낯선 곳에서 위험하지 않을 것을 기대하는게 바보이지 않은가. 본다이비치 근처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려고 하는데, 웬 한국인 20대 여자가 암표장수처럼 와서 나에게 오늘 하루 같이 여행하자고 제안했다. 캣콜링 두어번 듣고 겁이 나서 돌아다니질 못하겠다며 호들갑이었던 것이었다. 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그런정도야 그냥 듣고 무시하면 되는건데, 내가 들은 캣콜링은 엄청 젠틀한(?ㅋ) 캣콜링이라고 한다. 자기가 당한건 상상초월이라고 한다. 트라우마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못하겠다고 한다. 아무튼 내가 가고싶은데로 가면 그냥 따라 오겠다고 강아지 한마리 붙었다고 생각하래서, 알겠다고 했다. 강아지에게 아이스크림부터 내 돈으로 사주고 시작했다. 캣콜링 무서워서 여행못하는 사람이 립스틱 잃어버렸담서 내 틴트를 빌려달라고 가져가더니 안준다. 말 두어마디 하고나면 바르고 물 한모금먹고나면 또 바르고. 그...소모품은 원래 '빌린다'는 개념이 아니다. 소모품은 그냥 갖다쓰는거다. 갈취 비슷한 상황을 모면하려고 그냥 빌린다는 표현을 할 뿐. 난 그걸 잘 알기 때문에, 미술시간에 목탄이나 물감을 친구껄로 갖다쓰고나면, 그담날 꼭 새로 사서 줬다. 밥도 잘 (얻어)먹어놓고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이쯤에서 찢어지자고 하더니 내 입생로랑틴트 가지고 튀었다. 밥값도 나중에 준다더니. 야 이 씨 라 떼 . 꽃뱀이니? 왜 하필 나였니... (그녀가 가고나서 내 이어폰에서 윤도현의 사랑TWO가 딱 흘러나오는데 너무 재밌어서 혼자 웃다가 배아팠다)



시티투어는 농장에서 했던 육체노동보다 강도낮은 신체활동인데, 묘하게 가랑비 젖듯이 꽁주먹으로 맞는것 같다. 라떼 너무 많이 마셨는지 위장이 쓰리다.


욕 실컷 쓰고, 결론은 그래도 재밌다. ㅋㅋ 재밌는 일도 많았다. 담에 안귀찮을때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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