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암전되었다. 그것은 구름이 아니라, 수만 마리의 메뚜기떼가 내뿜는 악의적인 날갯짓이었다. 숲의 경계를 허물고 모든 생명력을 갉아먹으려는 메뚜기들은 굶주린 이빨을 부딪치며 귀를 찢는 듯한 소음을 내뿜었다.
바바 야가는 절구통에 올라타 허공을 가르며 그 검은 파도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험악했다. 머리카락은 가시덤불처럼 엉켜 있었고, 그 사이로 번뜩이는 눈은 살의로 가득 차 핏발이 서 있었다. 그녀는 철의 이빨을 드러내며 거친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내 숲에서 꺼져라, 이 천박한 탐욕자들아!"
메뚜기들은 그녀의 살점을 뜯어낼 듯 달려들었다. 바바 야가의 낡은 누더기는 이미 갈갈이 찢겨 나갔고, 드러난 팔다리에는 날카로운 다리에 긁힌 붉은 선혈이 낭자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거대한 절구공이를 휘둘러 공중에서 검은 무리를 으깨버렸고, 손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을 휘둘러 숲을 에워싼 침입자들을 밀어냈다.
사투는 밤이 으슥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숲의 끝자락까지 적들을 몰아내고 마지막 한 마리의 날갯짓 소리가 잦아들었을 때, 그녀는 비로소 지상으로 내려왔다. 만신창이가 된 몸, 잿가루와 메뚜기들의 잔해로 뒤덮인 흉측한 몰골. 바바야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삐걱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자신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비로소 혼자가 되자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바바야가. 거친 피부는 허물처럼 흘러내렸고 머리칼은 길게 풀어졌다. 그녀는 곱게 쑨 호박죽을 호호불어 마시고는 따뜻하고 긴 샤워를 하고 나와 정성스레 머리를 말리고, 토너부터 아이크림까지 꼼꼼스레 발랐다. 괄사로 두피까지 마사지 하고 폼롤러로 몸 곳곳을 풀어준 뒤, 카모마일 차 한잔을 마시며 낮동안의 사투를 조용히 복기했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몰아넣은다음에 전기충격으로 일시에 처리해보면 어떨까.' 어머 맘에 쏙 들어. 그녀는 very good 아이디어를 일기장에 메모하고, 리본을 달고있는 곰탱이 스티커로 마무리했다. 좋아하는 음악으로 공간을 채운 뒤, 깃털베개를 베고 누워 라벤더 오일을 뿌린 안대를 썼다. 사각거리는 이불 촉감이 심금을 울리는 바람에 돌돌말아 꼭 안고 잠에 들었다. 사바사나. 달달콤콤한 꿈이 그녀를 맞이했다. 꿈에서 그녀는 메뚜기왕자와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