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불의 성소

by 잡귀채신

오늘 있었던 신기한 일에 주책 떨지않고 겸허하게 기쁨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오늘 생겨났던 근심을 촛불 연기에 실어 날려보내면, 내일 아침의 질문으로 바람에 실려 오겠거니 감사한 것입니다. 아침마다 모르는 것 하나와 질문 하나를 던지기로 약속했더니, 이제는 알것만 같은 기분과 질문 없음이 어째 더 두렵습니다.




우선 저는 딱히 정한 종교는 없습니다만, 어느날 제가 생각하는 모든것이 되려 굉장히 종교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와 시체와 고통의 악몽이 지긋지긋해서 떠난 타국에서 지구의 아름다움을 만난 것도 한 몫했습니다. 아무튼 누워서 멍 때리다가 그런저런 끝에, 1초만에 신이 생겨버렸습니다.


어떤분이 추천해주신 책에 작은 제단을 마련해보라는 내용이 있더라구요.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것에는 힘이 있습니다. 집구석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들에 의미를 찾아보고 추려 보았습니다.
책장에서 제일 손 안가는 위치에 작게 제단을 마련하고 아침저녁으로 대화를 하게되었네요. 제단..이라고 하기에도 좀 누추하긴한데요. 누군가 보기에는 조잡할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추억이 있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한 곳에 모아봤습니다. ㅎㅎ


몇 가지 tmi로 소개하자면,

황금열쇠는 예전 회사에서 많이 힘들때

저 스트레스 풀라고 동기들이 술도 사주고 볼링장에 데리고 가줬는데 마침 볼링장이벤트 중이라 전투력 불태워서 획득한 황금열쇠입니다. 동기들이 그냥 저 기념으로 가지게 해줬어요. 가끔 이토록 비싼 선물은 참으로 사람을 감동케 합니다..


저 노란 십자가 초미니 묵주는 저희 할머니가 바티칸에 여행가셨다가 속아서 사오신 비싼 물건입니다. 하여간 더럽게 비쌌는데도 너무 귀여워서 저한테 어울릴 것 같다고 부득불 사오셨답니다. 할머니는 저를 너무 꼬맹이 쪼꼬미로 보시는 경향이 있으셨고, 놀랍게도 찐 불자셨습니다. 아무튼 만약에 10원에 사오셨다한들 저한테는 억만금짜리 일테지요.


나머지는.. 얘기 다 했다가는 이 자의식 과잉 질주에 질려하실 것 같아서 넣어두겠습니다. (그러고보니 나 이 사람 비싼거 참 좋아하네)


집구석탱이에 마음 비빌 곳 있다는게 그게 참 솔찮하게 위로되네요. 밖에 나와있어도 얘들 생각에 가끔 그립습니다. 아아 집 가고 싶돠아.

집에 러블리 끝판왕 토끼같은 처자식이 있으신 분들은 도대체 업무에 어떻게 집중하시죠?? 야근은 또 어떻게 하시죠??



*쬐끔 개인적이고 쬐끔 더 뭔가 쑥스러운 글은 사람들이 가장 접속을 안하는 수요일 오후에 발행하게 됩니다. 어차피 노출은 24시간일 것이고, 적당히 읽히고 적당히 안읽혔으면 싶을정도로 제가 옆에 끼고 사랑하는 내용 인가보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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