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면 이 구역의 길고양이나 택배트럭이 순찰차 같다. 엄혹한 시절에 방망이 들고 다니는 순찰이 아니라, 정말로 골목지킴이 같은 느낌이다. 이 구역 대소사에 대해서라면 아마 저 둘이 보고들은 정보를 합치면 대략적으로 겐또가 나올 것이다. 고양이들이 유독 어떤 한 곳을 경계하거나 모여있다면 그곳에 뭐(뭐 암튼 뭐)가 있어도 있고, 배달 중에 연기를 감지하고 주민들을 빠르게 대피시킨 택배 기사님 이야기를 뉴스에서 본 적도 있질않나.
요지경 사건(알고보면 별것도 아님)만 모아서 이러쿵저러쿵 한소리씩 얹어서 방송하는 모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들꽃 같은 아름다운 사건에는 관심이 없으실지 모르겠지만. 나라도 주목하고 싶은 아주 욕심나는 사건발생이 있었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구역의 모 택배사 기사님이 길을 잃은 치매노인분을 만났고, 트럭에서 얌전히 라디오만을 듣겠다 고집하시는 그 어르신을 데리고 동네를 돌다가 가족 분을 만나게 되어서 안전하게 댁으로 모셔다 드렸다는 이야기다. (물론 경찰에도 신고를 하고 실종문자도 띄웠단다.) 내가 아는 택배기사님들은 도대체 식사는 하시는지 숨은 쉬시는지 궁금할 정도로 바쁘게 다니시는 분인데. 어느틈에 어르신을 살피고 신고까지 살뜰하게 챙겼냐는 말이다. 아무튼, 배송업무를 보던 중간에 어르신이 화장실을 이용하셔도 되냐고 여쭈어 온 탓에 우리 사무실 주임님이 그 사연을 알게 되어 나까지 알게 되었다. 저희 화장실을 이용해 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요! 주임님께 화를 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바로바로 말씀을 주셨어야죠!!!! 주임님의 콧구멍이 커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죄송해요. 이런 이야기가 너무 반가워서...너무너무 드물잖아요 ㅠㅠ
아무튼, 그 택배기사님이 너무 뵙고 싶어서 안 사도 될 물건을 몇 개 샀다. ㅋ 어쩌다 보니, 만나질 못하고 유야무야 되었다가 드디어 복도에서 마주쳤다. 얼마나 대단하셨어요 그래. 젊은 사람이 어쩜 그리 마음을 좋게 쓰셨대?라고 묻고 싶었는데, 너무 바빠 보이시고 또 쬐끔 부끄럽기도(?) 하고 해서 묻질 못했다. ㅠㅠ 물어서 뭐 해, 뭐 들은 대로지 뭐. 할 일을 한 건데요 뭐 하시겠지. 착한 사람이 착한 일 했다. 끝.
나는 왜 쓸데없이 오지랖을 부려 굳이 그분을 만나 귀찮게 끼어들려고 하는 것일까.
그걸로 뭐 글 몇 자나 적어 볼 생각이 솔직히 손톱만큼도 없다고는 말 못 하겠다.
제발 쓸데없이 호들갑 떨면서 표현 못해 안달 그거 좀 하지 말자. 그렇게해서 일 그르친 것이 한두번이었어야지..
고쿠요 엔피츠 샤프만 괜히 샀나 싶고.
"어르신 도와주셨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기사님 같은 분 덕분에 저희 동네가 예뻐 죽겠습니다. 안전 운전하세요!"
택배사 홈페이지 칭찬게시판에 글이라도 적어 드려야겠다. 프로관객의 박수치는 실력만은 나도 누구 못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