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라면은 축제, 남의 라면은 결핍

by 잡귀채신


남이 라면먹는다고 할 때는 '아이쿠 좀 잘 갖춰서 드시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내가 라면먹을때는 너무 신나고 즐겁고 맛있어 죽겠다. 이렇게 싸고 쉽게 만든건데 깊은 맛이 나는거 너무 신기하고 '맛 세계'를 농락하고 하이재킹 해버린 짜릿함 마저 느껴진다.

이런걸 느끼는게 비단 나뿐이랴.

상대방도 충분히 나처럼 신나게 먹을 수 있는건데 굳이 영양에 문제가 있어보인다는 식으로 한마디 거들게 되는것. 이런것도 슬픈 선민의식일까?

게다가 이렇게 걱정한다는걸 상대에게 알리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상대를 걱정함으로써 내가 좀 더 '삶을 잘 갖춰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위치를 확인받고싶은 우월감일까?

가끔 엄마는 대충 끼니를 떼워먹는 아빠를 보고 저러다가 나중에 병수발 시킬까봐 겁난다하신다. 공포를 기반으로 한 올드커플의 방어적 사랑인걸까?

​"제발 잘 좀 챙겨먹고 내 마음 편하게 해줘"라는 간절한 통제 욕구인 걸까?

사랑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이런 이해관계만이 얽혀있어도 사실 뭐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얼핏든다. 사랑이고 나발이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너의 생존이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이고. 난 너의 병수발을 아무튼 할꺼니까-의 느낌말이다. 주 지독한 짝꿍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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