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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상담소 #4] 푸바오가 너무 싫은 당신께

by 잡다한


안녕하세요, 잡다한 고민상담소 입니다.


글 쓰고 싶은 내용은 많은데,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손가락이 움직이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네요.

떠도는 글자들을 조금은 멋있게 다듬고 싶은 마음이 크다보니까

자꾸 시간이 여유있을 때까지 기다리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2025년 대한민국에 사는 20대 후반의 청년이

시간이 여유있을 때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핑계지만, 저는 본업이 있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이렇게 연재까지 하게 되었는데 참 마음처럼 성장하진 않네요.

누굴 탓하겠습니까. 제 능력의 문제이겠죠.

그래도 멈추지 않을겁니다. 느리더라도 계속 움직일 겁니다.


고민 상담은 stw9707@naver.com 로 보내주세요.

어떤 종류의 어떤 고민이든 괜찮습니다.

점심 뭐 먹을지, 음악 추천 같은 사소한 고민도요.


아 그리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제 글은 노트북으로 쓰다보니 모바일로 볼 때 행간이 좀 이상할 수 있습니다.

PC로 보는 게 제일 깔끔하긴 할텐데

모바일도 당연히 환영입니다.

너무 불편하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네네, 제 이야기는 딱히 궁금하지 않으시다고요. 그래요.

고민상담을 빠르게 시작합니다.


* 해당 고민상담은 24년 9월에 작성된 원고입니다.


어... 네... 저도 감사해요...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어... 우선... 잠시 진정하시고요.

심호흡을 세 번만 하고 시작합시다.


어떻게 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사연자님과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푸바오가 처음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부터 괜히 마음에 안 들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과해진다는 생각이 들었고

5분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오픈런을 하고,

판다는 읽지도 못하는 편지를 쓰러 줄을 서는 모습이 참 우스웠습니다.


아니, 그게 뭐라고.

판다 한 마리가 대체 뭐길래. 쟤는 뭐가 그렇게 다른데.


네 맞아요. 생각이'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거든요.




저는 그들을 이해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분명 좀 오바... 인 부분도 있지만,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물론, 조금 과한 것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아 근데 영화는 좀 너무 간 것 같긴 합니다만...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영상이 있었습니다.

제목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어쨌든 푸바오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정확하게는 푸바오에 열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들에 대한 이해와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그 유튜버를 구독하거나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끔 알고리즘에 떠서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 정도는 보이잖아요.

저는 그 사람이 분명히 신랄하게 비난을 (비판 말고 비난 맞습니다.)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성격의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내용은 생각과는 아주 아주 달랐습니다.


그 유튜버도 처음에는 푸바오를 광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어요.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자신은 NBA 농구 팬이었는데, 어떤 선수가 은퇴할 때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너무 울고 있으니까 자신의 아내가 '저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고,

당신의 존재도 모르는 외국인인데 왜 그렇게 슬퍼하냐'라고 물었대요.

그 때, '내가 당신의 취향에 간섭하지 않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존중해달라'고 대답을 했다고 해요.


그 경험을 생각해보니 이해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얘기를 들으니 생각이 많아졌어요.

저는 주위 친구들에게 소문난 '야구 광'입니다.

매일 야구를 보고, 경기 결과에 따라 하루 기분이 결정되기도 하고,

일 년에 열 번이 넘게 직관을 가기도 하는

벌써 19년차 트윈스를 응원하고 있어요.


시원하게, 쏴!


그런 트윈스가 2023년에 드디어 29년만의 우승을 했습니다.

저는 한국시리즈 2차전을 직접 관람했는데

박동원의 역전 투런때는 소리를 지르면서 울게 되었습니다.

야구를 보면서 그렇게까지 울어버린 건 처음이었어요.


선수가 은퇴할 때 울 뻔 했던 적이 있었고

2013년 길었던 암흑기를 탈출할 때 눈물이 찔끔 나긴 했지만

그 정도로 울었던 적은 없었는데 말이죠.


저는 그만큼 트윈스를, 야구라는 스포츠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볼 땐 '그깟 공놀이'에 매일 시간과 감정을 쏟아붓는

현생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련한 사람'으로 보이곤 하겠죠.


29년만에 우승했다고 뉴스 기사가 도배가 되고

우승 기념 행사를 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야구 경기에 뭘 그렇게까지...' 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제 인생에서는 꽤나 큰 부분입니다. 중요하고요.


저의 야구가 누군가의 푸바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한 번 들고 나니까,

제가 누군가의 감정의 가치를 감히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깟 공놀이에 20년 가까운 세월을 바치고

그 공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행복을 느끼고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겠지만

저는 무시받기 싫어요. 제 감정을 존중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저도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고 무시하지 않아야겠죠.

그래서 저는 누군가의 감정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연자님의 의견을 많이 이해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도 충분히 압니다.

그래도, 사연자님도 열렬히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으시다면

누군가에게는 푸바오가 그것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사실 솔직히 좀 과한 건 맞습니다만 ㅋㅋㅋ...

그냥 우리, 시원하게 그려려니 해 줍시다.

영화까지만 참으면 더는 뭐 없을거예요. 아마도요. 제발요.


존중받고 싶은 만큼, 존중해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 시작에, 저와 사연자님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고민은 stw9707@naver.com 로.

나누면 절반이 됩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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