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어느새 세 번째 잡다한 고민 상담소가 열렸습니다.
음, 사실은 문제가 하나 있는데요.
다음 고민이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거죠.
진짜 최선을 다하고 있단 말이죠.
고민이 들어오지 않는게 고민 상담소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이 고민 해결에는 여러분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깊지 않은 고민이어도 괜찮아요.
가벼운 고민이어도 환영합니다.
점심 메뉴 고민도, 주말에 뭐하지라는 고민도,
이런 기분에 추천받을 노래나 영화도, 그 어떤 고민이라도.
stw9707@naver.com 으로 아무거나! 보내주시면 답변이 곧 올라갑니다.
고민 구걸은 이 쯤 해두고,
이번 고민은 무엇인지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연자님
굉장히 짧고 굵은 고민이네요.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마저 상당히 모호합니다.
우선, 부모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건강하고 무탈하게, 좋은 아이와 좋은 부모가 되길 응원하겠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생각할 것이 참 많아지는 것 같아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
내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의 평생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
그렇게 자라난 아이는, 언젠가 다시 누군가를 책임지게 된다는 것.
어유, 대충 이 정도만 썼는데도 벌써 어렵습니다.
아직 갓 태어난 아이의 자유에 대해 논하기에는 한참 남은 시점이지만서도
분명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지점을 던져 주셨습니다.
보내주신 질문에 대해 저도 개인적으로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공개된 공간에 상담을 해주려니 다소 부담되네요.
역시,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것은 꽤 어렵습니다.
뭐,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제가 무슨 소리를 하든 실제 당신의 판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는 것을요.
그냥 참고 정도만 하십시오.
제가 아이를 키워본 적은 아직 없으나
아이로 커 본 적은 확실히 있거든요.
제 경험을 토대로 나름 진지한 답변을 하겠습니다.
제가 뭘 알겠냐마는,
저는 요즘 아이들이 너무 오냐오냐 크고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부모의 훈육방식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흙바닥 놀이터에서 넘어져서 살갗도 까지고 피도 나보고
아이들끼리 치고박고 싸우기도 해보고
약초를 만든답시고 어디서 잡초 뽑아다가 돌로 찧어서 먹어도 보고
유해물질이 가득했던 환경에서 자라기도 하고요.
(실제로 교실에는 석면이, 초콜릿에는 멜라민이 검출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 지금은 놀이터는 사라지고 있으며 그나마도 우레탄 바닥에
아이들끼리의 싸움은 금새 어른들의 싸움으로 번지며
아이의 입이 닿을 수 있는 모든 물건을 애써 소독하기도 하죠.
'언제부터' 그랬냐는 거예요.
그러지 않았던 시절에도 분명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컸습니다.
몸은 지금이 더 건강할지라도, 정신은 과거에 더 건강했습니다.
어떤 정답이 있는 양, 이외에는 전부 잘못된 육아인 양,
모두가 시행착오 없이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고, 실제로 그렇게 자랍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정답은 당연히 상황마다 다르며, 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욱 가치있습니다.
당연히 아이가 항상 올바른 길만 걸었으면 좋겠고,
시행착오와 방황 없이 성공하길 바라겠지만, 그럴 수는 없어요. 그래서도 안 되고요.
'막 길러야 한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게 아니예요.
위험한 환경에서 아무렇게나 크는 게 더 좋다고 하는것도 당연히 아니고요.
아직 '내 자식'이 없으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저도 제 아이가 생긴다면 '금이야 옥이야' 키우곤 할 수도요. (웃음)
생각한 대로 행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괜히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정석적인 육아를 따라가고 싶게 될 거고요.
갑자기 이게 뭔 개소리냐 하면,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건
'모든 경험은 소중하며 그것은 좋지 않은 경험도 마찬가지이다.' 입니다.
이제는 식상한 문장이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죠.
저도 아직 젊은 나이이지만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정신적으로 성장한 시점은 주로 좌절과 힘듦을 겪는 시기였습니다.
저는 분명 비교적 자유로운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호기심이 굉장히 많았던 저에게 조부모님과 부모님은 부족함 없는 사랑으로 길러 주셨습니다.
욕심이 많지는 않았지만서도 하고 싶었던 것은 꽤나 많았는데
하고싶은 것을 하고싶을 때에 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저는 매우 축복받은 사람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다소 민망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이 '감사'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감사할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
이것이 모든 교육의 시작일 것입니다.
앞선 이야기만 보면, '모든 자유를 허용하고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하게 놔둬라'라는
부모 입장에서 들으면 세상이 뒤집어질 이야기를 하고 있는 철없는 청년이지만
다행히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자유의 가치는 제한에서 나온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본인이 누리는 자유가 그냥 언제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감사하며 그 자유를 남용하지 않을 테죠.
저는 분명 비교적 자유로운 집안에서 자랐지만
그럼에도 해도 될 것과 하면 안 될 것의 경계를 명확하게 교육받았고
해도 될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자유로웠으며
하면 안 될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제한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내가 누리는 자유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유 속에서 더욱 믿음을 주려 애썼습니다.
그럼에도 제한의 폭은 생각보다 적어야 합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일이 아니라면요.
대한민국의 헌법 제 37조 2항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다만, 무조건적인 자유의 제공은 그 소중함을 모르게 하기에
자유가 필요할 때는 어째서 그 자유가 필요한지를 생각해보도록 하십시오.
그 전까지는 분명 많은 제한이 수반되어야 할 겁니다.
존경하는 저희 아버지께서는
제가 설명이 가능한 부탁에는 아낌없이 지원해주시지만
별다른 이유 없는, '그냥'을 이유로 하는 부탁에는 가차 없으셨습니다.
저는 이러한 교육 방식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자유를 얻어야 하는 이유를 본인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든 그 자유를 지원해 줄 준비가 되도록 노력하십시오.
답변을 하고 나니 굉장히 모호한 답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잖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밥 먹는 손은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자유롭게 쓰게 하고
6살때까지는 A,B 그리고 C를 자유롭게 하며 D는 제한하시고
13살까지는 알파와 베타, 세타 모두를 자유롭게 하십시오.
라고 설명하는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탓하긴 싫지만, 모호한 질문을 주시기도 했고요. (웃음)
자유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본인이 깨달을 때
그 때 이에 상응하는 자유를 주십시오.
그 자유를 본인의 의지로 지켜낼 수 있도록 교육하십시오.
제 상담이 사연자님께 도움이 조금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말하다보니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이네요.
그만큼 저한테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이었나 봅니다.
그럼 이제,
기저귀부터 갈고 시작합시다.
모든 고민은 stw9707@naver.com 으로.
나누면 절반이 됩니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