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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상담소 #8] 타인의 신뢰가 필요한 당신께

by 잡다한


안녕하세요, 많이 늦었습니다.

벌써 한낮에 잠시만 나가도 땀줄기가 흐르고

피부가 따가워지는 계절이 되었어요.


양심 고백하자면,

한참 전에 들어온 고민인데 여러 사정으로 바쁘다보니 답변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고민에도 분명 타이밍이 있었을 텐데

만약 제 늦은 답변이 그 타이밍을 그르쳤다면

개인적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늦은 만큼, 더 정성스레 답변드리도록 애쓰겠습니다.


참 고민 상담이라는게 여러모로 어렵습니다.

제 나름의 답변에 공감을 얻은 분도 계실거고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죠.


그리고, 생각보다는 남의 고민에 큰 관심이 없는 분도 있고

같은 고민을 하시다가 찾게 된 분도

지나가다가 우연히 이 글에 들어오신 분도 있을겁니다.


세상 사는게 다 비슷하기에 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글은 조회수가 아주 높고, 어떤 글은 아주 낮은게 참 어렵습니다.


어느새 여름도 절반이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명확한 의미를 찾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의미를 찾기 위한 고민인지, 이제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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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고민부터 간단한 고민까지,

점심 메뉴 추천, 음악 추천 등의 가벼운 고민도 괜찮습니다.

모든 고민은 stw9707@naver.com 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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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말이에요.

제가 이전 고민 상담들에서 '점심 메뉴나, 음악 추천같은 가벼운 고민도 괜찮다'고 말하며

은근히 간단한 이야기를 유도하고 있지만

어김없이 어려운 고민이 들어왔습니다. (웃음)


저는 작가 생활이라기엔 너무도 내세울 게 없고

부업이라기엔 유의미한 수입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취미생활이며 자기계발 정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의 고민은 '신뢰를 사는 방법'.


직장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를 사는 방법에 대해 물어보셨지만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를 사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당연히 알고 있으시겠지만

신뢰를 쌓는다는 것은 한 두번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쌓는다'는 표현 말 그대로, 차근차근 조금씩 위로 쌓아 올리는 겁니다.


사람 사는 건, 사람 생각들은 다 비슷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은

반대로 내가 어떨 때 누군가에게 신뢰를 주는가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내가 상대를 신뢰하는 이유대로 내가 행동한다면

타인도 나를 당연히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신뢰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보편적인 사례들은 존재하죠.


예를 들면, 정직하고 일관성 있는 행동하기.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말한 건 지키려고 노력하기.

실수가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소통하기.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기.

현재의 작은 이익보다, 파급되는 큰 효과에 집중하기 등등.


쓰고나니, 무슨 베스트셀러 자기개발서의 목차 내용 같네요.

책 제목...은 [항상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정도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제, [불편한 모든 관계들을 위하여] 라는 부제목을 곁들인.



앞서서, 직장에서 신뢰를 얻는 법은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 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점은 분명히 있는데요,


그 중 하나는, 깊은 대화를 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가장 신뢰를 빠르고 강하게 사는 방법은

자신의 진심을 내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친구들과는 다르게 '업무'라는 공적인 분야로 엮여있는 회사나 사회에서는

개인의 속 깊은 이야기를 통한 진심어린 대화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사람의 외적인 행동 혹은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서 판단하게 되죠.


뭐든지 장단점이 있거든요.

깊은 대화 대신, 나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친구끼리는 '내가 얼마나 일을 잘 하는지'를 알려줄 수 없습니다.

알려줄 필요도 없고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대화를 하지 않아도 능력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일을 잘 하는지, 신뢰가 가게 행동하는지.

오히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으니 더욱 진정성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어떤 행동인가 하니,

기본적인 것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비슷합니다.


일관성 있게 행동하고, 개방적인 소통을 지향하며,

책임감으로 맡은 바 일을 다하고,

상대를 공감하고 존중하고,

협력을 통한 팀워크 향상에 기여하는 등

좋은 것은 다 가져다 붙이면 되겠죠.

그럼 과연 좋은 것만 있을까요?


ㅋㅋ 뭐 어쩔건데


놀랍게도, 가끔은 실수를 하는 것이 신뢰 향상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무슨 소리냐면,

너무 완벽주의자 성향을 보이는 것은 '대단하다'는 반응을 이끌어 냄과 동시에

'피곤하다'는 반응도 함께 수반됩니다.

능력을 보여주고 증명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가끔은 인간적인 실수를 하는 것도 친근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딱딱하고 사무적인 분위기를 환기할 수도 있고요.


아, 당연히 너무 치명적인 실수는 안 됩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실수는 기껏 쌓아올린 신뢰를 한 순간 무너뜨릴 수 있죠.

그리고 절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실수의 반복은 신뢰 하락의 초단기 지름길입니다.

'말해도 안 고쳐진다'는 인식은 치명적입니다.


실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실수하고 싶어서 실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적당한 실수는 오히려 그 실수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욱 높은 신뢰를 쌓을 수 있습니다.


너무 행복회로를 돌렸나요?

그럼, 하던대로 하면서 자동으로 신뢰상승이 이뤄질 줄 알았습니까?

얻고자 하면, 행하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웃음)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려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허점이 있는 '사람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그게 오히려 신뢰를 올리는 길일지도요.

(아님 말고)


저는 개인적으로

뭐든지 다 괜찮다고, 다 된다고 하는 '예스맨'보다는

아닌 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이 더 신뢰가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안된다고만 말하면 당연히 안되죠.

그동안 보여준 능력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며

웬만한 일은 다 해내는 것을 보여주어야

'저 사람이 안 된다는 것은 정말 안되는 거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무조건은 안되고...


안 된다고 말하는 것에는 명확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회피'가 되어 버리니까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대안'이 필요합니다.

'A는 불가능하지만, B를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하겠다' 같이 말이죠.


제 입으로 이런 말씀 드리기는 조금 민망하지만

군 장교 시절 일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제 능력의 대단함 때문이 아니라

저는 참모과장으로서, 그리고 군 복무 연장에 큰 뜻이 없는 사람으로서

제가 누군가의 방패가 돼주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고

이를 통해 상급부대의 무리한 지시에 대해 '불가능'을 외쳤습니다.


제가 만약 그렇게 '불가능'만을 외쳤다면

아무리 같은 부대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줘도

다른 부대에서 저를 싫어하기 마련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사회가 그렇듯 군대도 Give and Take 가 확실한 집단입니다.

내가 상대를 도와준 만큼 상대도 나를 도와주는 곳이죠.


그러기에 '대안 제시'는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마냥 안된다고만 하는것이 아니라

왜 안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는 가능한지를 함께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게 가능하려면

그 분야에서 상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질문이 나와도, 내 상황을 명확히 설명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함께 제시해야 하니까요.

글은 쉽게 써있지만, 행하기 쉬운 내용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해내야 합니다. 그리고 사연자님은 충분히 해낼 겁니다.

저도 해냈는걸요. (자랑 아님)



마지막입니다.

간단한 이야기라 짧게 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무거운 입이 결국 신뢰를 얻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을 때가 많습니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는, 사람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 중에서는 좋은 이야기도 있지만

누군가에 대한 뒷이야기도 있는게 본능입니다.


이를 함께하게 된다면 어느샌가 내 신뢰도는 추락하며

언젠가 다시 나에 대한 뒷이야기로 돌아옵니다.

타인의 신뢰도를 깎는 행동은 돌이켜 보면 내 신뢰도를 깎는 일입니다.


앞에서 하지 못할 이야기는 지양하세요.

아니면 그냥, 앞에서 대놓고 이야기하세요.

그게 뒷담보다는 낫습니다.


주관적인 생각을 잘 이야기 하지 않으며 진중하고,

근거없는 낭설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을 신뢰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죄송해요, 진짜 마지막입니다.

마찰이 있어도 다시 계속 같이 업무해야 한다는 특징도 빼놓을 수 없죠.


아, 글만 읽어도 피곤해집니다.

그동안의 개인적인 관계에서는 마찰이 심하다면 그냥 관계를 끊으면 그만입니다.

물론 그 끊어내는 과정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서로 신뢰를 잃었다면 그냥 '손절'하면 되겠죠.


그런데 회사 또는 사회에서는 이제 그럴 수 없습니다.

뭐 물론, 퇴사하면 되긴 하는데요.

힘들게 기껏 취업했는데 그 사람 때문에 퇴사하기는 너무 아깝지 않나요?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내가 도망가는 것도 억울하고요.


그 말은 결국 마찰이 있었던 사람과 계속 마주해야 한다는 거죠.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안그래도 불편한 사람과 업무까지 같이 해야 한다니.

이 부분은 모든 직장인들의 고충입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한 번 생각해 볼까요,

반대로 생각하면, 회복할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 번 깨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특히 그 신뢰의 귀책사유가 일부분 나에게도 있다면 더더욱.


앞서 말했던 '실수'와도 연관되는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와 마찰보다 그 이후의 수습입니다.

진심이 통한다면 끊어진 관계도 다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혹시나 예기치 못한 일로 관계가 틀어졌어도

그로 인해 신뢰가 깨지더라도

너무 성급하게 모든 것을 포기하지는 마십시오.

다시 돌이킬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하는 것에 따라서요.




고민상담소 답변글을 적을 때마다 내심 느끼는건데

행동하기 어려운 것들을 너무 쉽게 글로 적어내는 게 아닐까 싶은 우려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다른 상담을 해드리고 싶어서 만든 콘텐츠인데

과연 사연자님들에게도 흔한 조언들과는 다르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소 뻔한 답변만 드린게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제 제 최선인걸요.

뻔한 답변이라고 해서, 성의없는 답변은 아닙니다.

이 글에만 일주일의 자투리 시간을 모두 할애했단 말입니다.

네, 그냥 찔려서 생색 한 번 내봤습니다.


사실 신뢰를 주는 것도 받는 것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한쪽만 상대를 믿는다면 그 끝은 결국 배신이겠지요.

내가 먼저 신뢰한다면 신뢰받기도 더욱 수월할겁니다.

부디,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이끌어 나가기를 소망하겠습니다.


장애물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원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가는

고귀한 도전을 응원합니다.


모든 고민은 stw9707@naver.com 로.

나누면 절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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