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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Nov 27. 2021

모기는 손바닥을 물기도 한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앵앵, 모깃소리에 잠을 깬다. 처서 지난 지가 언제인데 11월에 웬 모기? 나는 혼잣말처럼 방안에 불을 켠다. 헛박수를 친다. 모기 목숨이 참 길기도 하구나. 이 겨울밤의 목록처럼. 손뼉을 칠 때마다 잠깐씩 불을 밝혔다가 사라지는 모기. 가려운 박수 소리도 피해갈 줄 아는 모기 나는 소리. 소리는 참 가려운 것이구나. 그나저나 요 녀석들은 어디에 몸을 숨겼다가 이제야 나타난 것일까. 어떤 특수 훈련을 받았길래, 모기 목소리만 한 존재를 드러내는 걸까. 내 귓바퀴에서 정확한 소리의 주파수를 찾아낸 걸까. 기가 막힌 모기의 메가헤르츠(MHz.) 나는 다시 모기의 주파수를 추적하며, 허공에 홀린 사람처럼 손뼉을 친다. 드디어 박수에 잡힌 모깃소리. 밤새 내 몸의 피를 얼마나 빨았으면 죽음조차 꽃으로 피는가. 모기의 무덤이 오른쪽 팔뚝에서 부풀어 오른다. 오른쪽이 가렵다. 그 가려운 소리를 손톱으로 꾹 눌러, 십자가 모형의 성호를 긋는다. 아니 됐다. 누구에게나 날벼락 같은 시절이 있기 때문. 모기에게는 그게 오늘이었던 것. 나는 다시 불을 끄고, 도망간 잠을 찾는다. 가장 적당한 자세로 벽을 바라본다. 꿈에 빨대를 꽂는다. 그 순간 모기가 손바닥을 문다. 모기가 손바닥을 무는 하루는 얼마나 슬픈가. 나는 손안에 든 소리를 잡기 위해 다시 박수를 친다. 먼 곳에서부터 나를 찾아다니는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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