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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Dec 10. 2021

나도 들킨 삶인가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산책길, 나무에 붙들린 버섯을 본다. 그 반댄가. 버섯에 붙들린 굴참나무와 이름을 알 것 같기도 한 그 이름 모를 버섯. 산책길에 버섯에 붙들리는 사람은 슬픈 눈빛을 지닌 사람이다. 그 반댄가. 어쨌든 무엇이든 들키면 슬프다. 그렇다고 무작정 슬퍼하지 말 것. 슬픔과 당황은 다르니까. 마치 죽은 굴참나무의 몸을 뚫고 아무렴 어떠냐는 듯 살아가는 버섯처럼. 그래, 죽어야만 사는 것들이 여기에도 있었구나. 버선발로 마중 나온 사람처럼 버섯이 오래 내 생각을 붙든다. 나도 버섯도 모두가 맨몸인 삶. 꽃을 피우지 않아도 꽃이 되어버린 삶. 들켜서 슬픈 것이 아니라, 슬픈 것들이 눈물을 들킨다. 그렇다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했다고는 말하지 말 것. 버섯의 꽃말이 '유혹'이라지. 나는 죽은 굴참나무의 몸에 붙어 있는 버섯 하나를 한 장의 사진으로 떼어낸다. 버섯이 있던 자리가 굴참나무의 큐아르 코드처럼 움푹하다. 다시 산책길. 내 몸 어디선가 검버섯이 핀다. 나도 들킨 삶인가. 산책길이 굴참나무숲처럼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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