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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Dec 08. 2021

내 이마에 눈썹달이 다시 돋을 때까지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밤은 밤이고 초승달은 초승달이고 별은 별이다. 밤은 하나고 초승달도 하나고 별도 하나다. 나도 하나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떠 있는 초승달과 별. 밤은 둥둥 떠 있을 수가 없어서, 내 마음이 들떠 있다. 도루코 칼로 잘 깎아낸 예쁜 초승달을 보며 편지를 쓰는 사람은 마음이 아픈 사람. 밥 물이 끓어오를 때 밥뚜껑을 반쯤 열어두고, 마음의 통증이 뜸 들기를 기다리는 사람. 그러고 보니, 초승달을 보는 동안 이 세상은 모두가 부뚜막 같아야. 아궁이의 불빛에 비친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야. 생나뭇가지 매운 연기를 핑계 삼아 얼굴에 별도 뜨고 초승달도 뜬다. 옷소매로 얼굴을 훔치면 반달.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면 보름달. 초승달에서 보름달까지는 기도의 거리. 작은 손거울로 그 여백을 비춘다. 다시 초승달이 어른거린다. 그 곁의 별빛도 어른거린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해, 인적이 뜸한 골목길에서 사춘기 시절의 한쪽 눈썹을 민다. 내 이마에 눈썹달이 다시 돋을 때까지 마음 어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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