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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Dec 13. 2021

꼭 하나만큼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눈에 초점이 한곳에 잘 맺히지 않아 안과를 찾은 일이 있다. 안과 의사는 몇 가지 검사를 하고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노안이네요"라고 내게 귀띔해 주었다. 그러고는 안경 착용을 권장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안경을 썼다 안 썼다를 반복했지만, 결국 콧등에 물건 얹는 게 귀찮아 안경을 통 쓰지 않았다. 안경을 쓰지 않으니, 역시 편했다. 다만 가끔 아는 얼굴을 보고도 그냥 스치는 일이 다반사. 그 속사정을 잘 아는 친구가 내게 헤드록을 걸더니, 이거 뵈는 게 없구먼 하고 농을 던지기도 하였다. 나 또한 그 농을 재미있게 맞받아친답시고, 스피노자가 렌즈를 갈고닦은 안경이라면 모를까, 앞으로도 내 사전에 안경을 쓸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부터는 다시 안경을 쓸까 심각하게 고심 중이다. 스피노자가 살아나기라고 했느냐고? 아니다. 요즘 하나둘씩 눈에 뵈는 게 없다. 나도 꼭 하나만큼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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