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대한 아낌없이 투명해져야 한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by 글마음조각가

겨울바람이 버드나무 곁을 지난다. 바람보다 마음 약한 것들. 뼈대가 없는 것들. 오히려 뼈대가 없어서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는 것들. 버드나무의 그늘이 차갑게 흔들린다. 나도 잠깐 흔들려볼까. 나는 나의 그림자. 버드나무 잎처럼 쉽게 생을 뒤집는 내 반대편이 어리둥절해 보인다. 순간, 시간의 발밑으로 나뒹구는 버드나무 잎사귀들.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림자는 그림자를 지운다. 이건 침묵의 자막, 겨울의 일.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이런 12월을 뭐라고 불렀더라? 기억나지 않는 것만 기억나는 겨울의 오후다. 그러니 12월은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을 흔드는 달. 투명한 기억이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달. 이도 저도 아닌 것들만이 내 편이 되어주는 달. 에라, 모르겠다. 머리카락을 다 말리고 나면 외출이나 해야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이 또한 겨울의 일. 제 그림자에도 붙들리지 않고 길고양이의 마음을 설득하는 일. 눈치도 없고, 물정도 없고, 감각도 없어서 질투란 감정으로 진실을 믿어버리는 일. 그러니 이 겨울이 다 지나기 전, 나는 최대한 아낌없이 투명해져야 한다.


나는 최대한 아낌없이 투명해져야 한다.jpg


매거진의 이전글꼭 하나만큼은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