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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Dec 14. 2021

내 삶은 여전히 싱겁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짬뽕을 시켜 먹었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짬뽕. 계절에 맞는 채소와 온갖 해산물 그리고 육류를 볶아 낸 깊은 국물의 맛. 햐~. 약간 탄 맛이 나는 듯한 국물. 그 국물을 한 숟가락 뜨면, 절로 웃음이 나는 짬뽕. 이 웃기는 짬뽕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유는 매운 국물 때문이다. 통점을 자극한다. 살짝 매울 때 단무지 하나를 입에 넣고 오래 씹으면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하지만 오늘 맛본 짬뽕 국물 맛은 달랐다. 평소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매워도 너무 매웠다. 내가 싱거워졌나? 며칠 사이 주방장이 바뀌었나? 부부 싸움이라도 한 건가? 온갖 추측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짬뽕 한 그릇을 겨우 해치웠다. 다 먹고 난 뒤에도 입안이 얼얼했다. 평소보다 단무지를 두 배로 씹어도 매운 기가 가시지 않았다. 술도 잘 못하면서, 술이 당겼다. 내일 다시 짬뽕을 시켜봐야겠다. 그나저나 주방장이 그때까지 부부 싸움을 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짬뽕 국물은 그대로인데, 나만 혼자 싱거운 사람이어서 삶이 맵다고 징징거리는 거면, 정말 어떡하지? 한동안 매워도 맵지 않은 짬뽕 먹기는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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