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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Dec 24. 2021

내가 나의 말을 통 알아듣지 못했던 날이었어요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당신이 하는 말을 나는 알아듣지 못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말의 뜻을 몰라봤던 거예요. 말의 뜻을 모르니, 당신은 당신 안에 갇히고 나는 나에게 갇혔지요. 누가 더 이상한 사람이랄 것도 없이, 우리는 마음 떠들썩한 침묵으로 하나가 되었고요. 그때 서로의 마음을 잇듯 하늘에 떠 있는 한 획의 구름. 나는 마른 입술을 들썩이며 '일 획은 만 획'이라 읊조렸고, 당신은 '만 획은 일 획'이라 말했던가요. 최소와 최대가 알고 보면 같은 말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고 당신은 몰랐던 거예요. 아니 당신은 그 뜻을 알았고 나는 몰랐던 거지요. 서로가 서로의 오독을 증명하기 위해 하늘을 나는 새의 그림자를 찾아 나섰던 날들이라고 생각해요. 매일매일 어색함을 감추려고 나는 당신에게 물었던 것 같아요. 하늘을 나는 새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어디에 감추는 걸까? 당신은 대답할 것 같지 않은 표정으로 답했어요. 방금 그 말, 이천 년 전에도 내가 나에게 물었던 말이야. 그렇군요. 당신은 나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였군요. 나는 한순간에 새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새와 구름을 하나로 잇기에는 내가 나의 말을 통 알아듣지 못했던 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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