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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Apr 12. 2022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크게 보면 생은 단 하루.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가 누구에게나 하루다. 한 눈금이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구분하며 사는 사람은 마음이 아픈 사람. 하루의 혼곤을 혼자 견딜 수 없어,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문턱이 닳고 닳도록 드나드는 사람. 그러니까 하루를 산다는 것은 한 눈금을 기둥에 새기는 일. 쪼개고 쪼갠 전부를 몰아 사는 일.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내 집 기둥에도 그런 눈금들이 그어져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그 기둥에 마음 기대어 키를 쟀다. 키는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다가 어느 순간 한 울음에서 멈췄다. 울음도 눈금이었다. 흐린 눈금. 머물러 있기에 바쁜 삶도 있구나. 이제는 눈금조차 바뀌지 않을 나이. 요즘은 그 시절이 가끔 생각나 내가 나에게 묻기도 한다. 한 눈금 더 크고 싶니? 가능하다면 188... 내가 보기에는 170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데... 기둥의 눈금을 모두 지우고 다시 물었다. 이제 그만 기둥에 새겨놓지 않은 오늘을 말하라고... 전 생애를 묻자, 오늘을 꽃피우는 이 세상의 작은 눈금들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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