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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Apr 17. 2022

일요일 오전의 정물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카페에 앉아, 길고양이의 낮잠을 바라본다. 따뜻한 커피가 끓는 동안 이번 생 따윈 관심이 없다는 듯 졸고 있는 길고양이. 길고양이는 지금 자신의 졸음을 식빵처럼 굽고 있다. 나도 일요일 오전의 시간을 한가롭게 구워낸다. 믿어주기만 하면 모두 해결될 것 같은 일들도 떠올린다. 커피가 식어가는 만큼 길고양이는 잠에서 깨어나고, 그 순간만큼은 나도 어쩔 수 없는 길고양이와 같은 영혼. 길과 고양이를 떼어놓고 보면 언제나 문제의 해답은 보인다. 머그잔이 바닥을 다 드러낼 때쯤 길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뜬다. 그 나른한 눈빛 속에서 내 모습이 서성거린다. 눈물 한 방울이면 다 지워져 버릴 것 같은 생. 고양이가 자신의 슬픔을 지우려 눈을 감는다. 다시 캄캄한 방. 누가 길고양이의 슬픔을 가진 자에게 삼고초려를 해줄까. 시간 하나로 때울 수 없는 위태로움이 주말 오전을 나른하게 품는다. 고양이 세수하듯 반복적으로 깼다 잠드는 일요일 오전의 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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