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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Apr 11. 2022

함께 운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까닭 없이 마음 우울한 날이 있다. 우울을 마음껏 즐기고 나면 이내 괜찮아질까 싶어, 잠깐 몸을 일으킨다. 걷는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도 한다. 천변의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운명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을 생각하기도 한다. 너무 멀리 가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손에 들었던 버드나무 가지를 버린다.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다. 내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가는 글자를 보면서 소심한 표정으로 놀라 눈을 흘기기도 한다. 그때 한 우울이 또 다른 우울에게 묻는다. 이왕 서로의 마음을 들켰으니, 우리 사귈까? 요즘 통 웃을 일이 없었는데, 모처럼 우울 때문에 웃는다고 나도 따라 웃는다. 그 웃음이 더 슬프게 보여 함께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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