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겨울산처럼 보이는 여름산을 본다. 가까이 가보면 여름투성인 겨울산.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야.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자꾸만 미련이 남는 여름산. 천성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하는데, 끝끝내 운명을 바꿔서라도 살고 싶은 겨울산. 겨울산처럼 보이는 여름산. 언제부턴가 그 산에 들어 몇 날이고 죽치고 앉아 있으면, 지금껏 내가 배워온 언어는 봉인되고, 끝내 해독 불가능한 숲만 남는다. 오랫동안 용서하지 못할 것들만 사랑했구나. 누군가 쳐놓은 언어의 덫에 걸려 섣달 열흘 동안 나를 겨냥하며 살았구나. 이젠 눈빛만 봐도 알지. 여드름 가득한 겨울산이 무엇을 읽고 있는지. 아니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그러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산이 겨울산인지 여름산인지, 내 모를 리 없지. 아먼, 모르면 안 되지. 모르면 모를까 산은 산이고 나는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