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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Jul 28. 2022

코끼리마늘꽃의 절정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꽃 지고 난 뒤 꽃을 본다. 코끼리마늘꽃. 절정 지나고 보라가 사라지고, 겨우겨우 꽃의 흔적만을 견디고 있는 코끼리마늘꽃. 작심하고 한 번 더 들여다보니 아직 피지 않는 어린 꽃잎도 있다. 지지 않은 꽃잎도 있다. 작은 것들의 희망. 문득 이 작은 씨앗 하나 얻어 텃밭에 심어볼까나. 에이, 욕심이 과하십니더. 잔소리처럼 무직한 코끼리마늘꽃. 그래, 곰이 마늘 먹고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코끼리마늘꽃이 지금껏 곰으로 진화해왔던 것. 거 보소, 욕심을 버리니까 욕심이 채워지지예. 울며 겨자 먹기로 곰이 백일을 견딘 것이 아니라 시간이 곰을 견뎌왔던 것. 맞다 맞다. 나도 코끼리마늘꽃 바라보며 시간을 견뎌볼까나. 코끼리마늘꽃이나 되어 볼까나. 하지만 코끼리가 되든 코끼리마늘꽃이 되든 달라지는건 하나도 없는 삶. 어림잡아 쪽수를 헤아려보니, 며칠은 더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코끼리마늘꽃의 절정. 그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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