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기억은 미래의 사건이다. 매 순간을 채우는 것은 기억의 그림자다. 그림자가 선인장처럼 드리워지는 것이다. 이 말의 의미를 아무런 설명 없이도 이해할 수 있다면, 내 나이는 마흔. 마흔 넘어가는 마음. 마음대로 이해해도 괜찮은 기억을 갖게 된 것. 그러니까 꼭 마흔이 아니어도 괜찮은 나이. 기억이란 그렇다. 사막의 선인장처럼 한곳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자기를 향해 걷는다. 미래의 시간을 향해 가고 있다. 누군가 이름을 불렀을 때 뒤돌아보지만 않는다면, 기억은 진짜 미래가 될 수 있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사무엘 존슨의 명언. "하루에 3시간을 걸으면 7년 후에는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같은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 3시간, 7년을 걸어봐야 한다. 일곱 살짜리 아이도 아는 사실. 같은 자리지만 다른 자리가 있듯, 골목에서 만난 선인장 하나가 문득 가시 돋친 충고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