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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Aug 07. 2022

우연의 기분만으로 살 것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우연을 통해 내게로 흘러드는 것들. 완벽을 뒤로하고 불안만을 붙들고 사는 것들. 불안을 완성하기 위해 완벽을 버리는 것들. 그게 타고난 천형이라서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장에도 눈물을 글썽이는 것들. 떠난 것들은 모두 돌아온다는 말은 이제 옛말. 돌아오는 것들만이 떠났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늦여름의 오후. 내 기분을 살라 먹고 찍힌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나는 오늘도 또 우두커니 서 있다. 우두커니 조차 우두커니 서 있다. 말을 해도 알아듣는 이 없으니, 이번 생은 날씨의 기분으로만 살 것. 우연의 기분만으로 살 것. 오늘의 날씨는 나날을 비껴가고, 결국 예언하지 못하거나 흉내 낼 수 없는 것들만이 우연을 통해 내게로 흘러드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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