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마음조각가 Aug 23. 2022

그가 내 곁을 떠났네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그가 내 곁을 떠났네 박수 칠 때 떠났네 떠난 줄도 모르게 떠났네 아무것도 아니어서 좋은 나이에 나를 떠나가셨네 사뿐사뿐, 연꽃 발자국을 물 위에 새겨 놓고 사라지셨네 사라진 줄도 모르게 사라지셨네 아무도 모르게 울고 나온 어린 눈빛들 보라고, 커가면서 더 큰 위로 받으라고 그가 떠났네 붙잡을 틈도 없이, 손쓸 여유도 없이 떠났네 내 곁을 떠났네 한 잎 두 잎 세 잎까지 떠났네 이미 내 곁을 떠나간 연꽃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그가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내가 오래전 그를 떠나왔네 내 이름을 오래 불러도 절대 뒤돌아보지 않는 힘으로 떠나왔네 썩어 문드러지는 진흙 같은 가슴을 움켜쥐고, 깃털보다는 가볍고 공기보다는 무겁게 떠나왔네 행여 떠나면서, 부디 떠나오면서 마음 약해질까 두려워, 연꽃잎마다 마음 놓아보낸 기억 없이 떠났네 떠나왔네



매거진의 이전글 우연의 기분만으로 살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