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푸른 물빛에 나를 가두어 놓는 오후. 내가 머무는 이 오후의 시간은 어쩌면 잔잔한 호수. 아직 통성명하지 못한 한 아이가 돌을 집어 허공의 무게를 가늠해 주는 오후. 작은 돌을 던지면 내 마음도 작게 가라앉곤 하지. 누구라도 감옥에 갇히듯이, 비 내리기 직전의 오후. 작은 돌멩이가 남기고 간 파문이란 시간의 무늬지. 층층이 새겨지는 물결을 따라 점점 희미하게 걷다 보면, 뭐 사는 게 별건가 싶기도 하네. 점점 희어지는 물결이 어둠으로 선명해진 내 저녁의 뒷모습 같기도 하네. 이제 나도 푸른 물빛에 손을 담글 나이, 손목에 스스로 물의 수갑을 채우고 내 죄를 묻을 나이. 없는 죄조차 불어가며 끝내 죄인이 되고 싶은데, 결국 예정에도 없던 비가 이 오후를 적시네. 세상의 길이란 모든 호송을 다 지우고 나서야, 비로소 말 안 듣는 기억조차 순하게 만드는 비의 자백을 만들지. 오늘도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푸른 물빛은 비의 창살에 갇혀서, 다음 생으로의 탈옥을 꿈꾸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