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마음조각가 Jul 23. 2022

검은 눈동자에 관한 이야기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흰 머리카락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그냥 놔둘까도 싶은데, 아침마다 바라보는 거울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염색한다. 흰 머리카락은 어느새 검은 머리카락으로 변하고, 검은 머리카락은 한 번 더 검은 머리카락으로 얼굴색을 바꾼다. 변하지 않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흰 머리카락이 늘고 있다는 사실뿐. 나이도 어린것이 벌써 버르장머리 없이 흰 머리카락이... 나무라던 거울도 그제야 잔소리를 멈춘다. 검은 머리카락을 하고서 거울을 바라보니 오히려 마음이 더 희끗희끗해진다. 검은빛에 흰빛이 돌고 흰빛에 검은빛이 돈다. 사람은 누구나 예언에 따라 늙어가는 것. 봄이 오면 여름이 올 것 같지만, 예언에 따라 겨울이 오기도 하는 것. 그렇게 염색하고 나선 하루. 미처 색을 바꾸지 못한 흰 머리카락 하나가 새치처럼 하늘거린다. 겨울이 와도 봄의 흔적은 남는 것. 하얗게 눈으로 덮인 표정 속에서도 결국 눈을 감았다 뜨는 검은 눈동자에 관한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흔들리며 흔들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