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흰 머리카락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그냥 놔둘까도 싶은데, 아침마다 바라보는 거울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염색한다. 흰 머리카락은 어느새 검은 머리카락으로 변하고, 검은 머리카락은 한 번 더 검은 머리카락으로 얼굴색을 바꾼다. 변하지 않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흰 머리카락이 늘고 있다는 사실뿐. 나이도 어린것이 벌써 버르장머리 없이 흰 머리카락이... 나무라던 거울도 그제야 잔소리를 멈춘다. 검은 머리카락을 하고서 거울을 바라보니 오히려 마음이 더 희끗희끗해진다. 검은빛에 흰빛이 돌고 흰빛에 검은빛이 돈다. 사람은 누구나 예언에 따라 늙어가는 것. 봄이 오면 여름이 올 것 같지만, 예언에 따라 겨울이 오기도 하는 것. 그렇게 염색하고 나선 하루. 미처 색을 바꾸지 못한 흰 머리카락 하나가 새치처럼 하늘거린다. 겨울이 와도 봄의 흔적은 남는 것. 하얗게 눈으로 덮인 표정 속에서도 결국 눈을 감았다 뜨는 검은 눈동자에 관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