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나무 의자에 한 사람이 앉아 있다. 명아주 한 포기가 슬며시 그 곁으로 다가온다. 나무 의자의 빈틈을 비집고 자라나 일 년 치의 눈치를 키운다. 장담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낸다. 견딘다. 견딜 수 없는 시간조차 견디면서 오후의 생을 버틴다. 버틴다는 것은 끝내 오지 않을 소식을 기다리는 일.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서로를 오래 바라보는 일. 지지지 직 주파수를 맞춰가며 서로가 동참할 수 있는 생각 하나를 응시한다.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지만, 그게 뭔 대수라고 생각한다. 마음 놓고 풀냄새 폴폴 풍기는 비바람. 누구 하나 엉덩이를 들썩이지 않는다. 나무 의자는 아예 간이의자 하나를 빌려다가 죽치고 앉는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무너질 것 같던 비구름도 잠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풍경이 되어준다. 이렇게 말 못할 작은 틈만 내준다면 끝내 살만한 세상이라고, 풀이 먼저 흔들린다. 자기 이름만큼만 흔들린다. 그 곁에 앉아 있던 한 사람도 자기 이름만큼만 흔들린다. 바람에 흔들리는 일을 포기하며 풀 죽어 살던 나도, 그제야 이름 없는 풀꽃으로 피어난다. 흔들리며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