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빠른 쨉을 날리자. 이길 수 있겠다 싶으면 씨름을!
UFC 웰터급 챔피언이었던 코너 맥그리거를 보면 동체급 선수들에 비해 대단한 리치를 가지고 있다. 리치(reach)란 양 팔을 쭉 뻗었을 때의 길이를 말하는데, 리치가 상대보다 길수록 자기 주먹이 상대의 몸에 닿을 때 상대방은 자신의 몸에 닿지 않는다. 코너 맥그리거의 키가 175cm임에도 그의 리치는 188cm 정도라고 하니, 정말 팔이 길긴 긴가보다. 이 외에도 여러 장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금의 코너 맥그리거가 되었지만, 그의 리치는 단연 그를 더욱 위협적인 선수로 만들었음은 분명하다.
리치가 상대적으로 길면 유리할 때가 역시 주먹을 뻗을 때다. 타격점을 멀리 돌아 목이나 턱을 노리는 훅이나 어퍼컷에 비해 파괴력은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잽(jab)은 마치 빠른 창처럼 가장 최단 거리를 이동해 상대를 타격한다. 상대방의 뇌를 흔드는 치명적인 공격 루트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주먹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을 전달해 상대방이 긴장하도록 만든다. 상대방을 조금씩 파악해가려는 계획적인 공격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잽의 가장 중요한 사용은 바로 상대방과의 거리를 가늠할 때인데, 쭉 핀 팔로 얼마간의 사정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여러 잽을 날려 축적된 거리 데이터를 이용해 상대방이 자신의 일정 사정거리 안으로 확보되면 훅을 날리거나, 바로 가까이 붙어 잡기 기술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잽이란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올 큰 한 방을 먹이기 전에 경기 전략 수립을 위한 사전 조사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또, 원거리 타격법과 달리 상대의 몸을 단단히 잡고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을 통틀어 그래플링이라 한다. 많은 격투기에서 다양한 형태로 볼 수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스포츠가 레슬링이다. 레슬링에서는 코어(core), 지구력 그리고 지능이 필수적이다. 레슬링 경기에는 빠떼루(Par Terre)라는 것이 있는데, 바닥에 온 몸을 밀착해 딱 붙어 버티려는 방어자와 이를 들어서 한 바퀴 넘기려는 공격자를 보고 있자면 짜릿한 아드레날린을 느낄 수 있다.
넘기려는 자와 버티려는 자, 그리고 최후의 일격을 위한 꾸준한 적극성. 우리 세상살이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그래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위에서 길게 얘기한 잽과 레슬링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탐구욕과 승부욕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믿는데, 부지런히 세상에 잽을 날리며 궁금한 것은 우리가 직접 찾아야 한다. 성공을 위해 계속해서 탐구하고 또 고민하는 치열함이 필요하다. 그렇게 지금 유행하는 현상이나 인간군상의 행동을 관찰하여 세상사를 이해해보는 노력이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이후부터, 세상이란 경기장에서 매 번 얻어맞는 것이 우리 인간의 숙명이다. 이 세상은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어떻게든 흠씬 두들겨 패고 자빠트리려 한다. 우린 아직 이 세상이란 상대 선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조금씩 알아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가만히 서 있기만 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다리가 후들거려도 항상 가드를 올리고 스텝을 밟아야 한다. 또 세상을 두 손에 꽉 쥐고 흔들며 메치기를 시도하고 힘껏 공중으로 들어 올려보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우리의 경기 내용을 멋진 스토리로 채우지 않을까?
경기가 끝나고 판정승을 하든 판정패를 하든, 우리는 어떻게든 세상이란 상대를 괴롭혀야 하는 것이다, 겁 없이.
모든 게 다 끝났을 때 "잘 싸웠다." 이 말 한마디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세상을 향해 잽을 날리자!
두 손 꽉 잡고 놓치지 말자!
essay by Jun Woo Lee
photo by Nicholas Jeffries, Chris Chow, Hermes Riv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