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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Mar 20. 2020

코로나가 바꾼 내 일터

국가적 바이러스 확산과 공유오피스의 상관관계

세상이 어지럽다.


COVID19라 불리는 우한 폐렴, 혹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하루하루가 시끌시끌하다.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의 절반이 전염병 이야기다. 내 핸드폰은 한 술 더 떠 하루에 두세 번 응급 알림으로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지금의 코스피 지수는 내가 성인이 된 후 처음 보는 숫자다. 너나 나도 할 것 없이 펀드를 깨고 예금 계좌도 비우며 주식 계좌를 미친 듯이 개설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진귀한 광경이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여러 국가의 정부가 국민들의 외출을 행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역시 타격은 고스란히 민간 경제로 간다. 지금의 하루하루는 영세 상인들에겐 생사가 걸려 있는 억 겹의 시간이고, 회사들도 마찬가지로 사정이 좋지 않다. 하지만 이런 재앙적 상황에도 밤낮없이 공장을 돌리며 역대 매출을 내는 바빠진 회사들이 존재하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혹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를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사실 의사와 간호사를 빼면 국민 대부분은 확진자를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걸렸을 때 느끼는 증상도 정확히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 바이러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공포를 먹고사는 인간, 그런 인간들이 모이는 회사


공포는 양면성이 있어 두 개의 다른 힘을 쓴다. 인류가 사랑하는 미술 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하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공포는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도 하지만 사자의 담대함과 승려의 침착함을 주기도 한다. 지금 세상 돌아가는 모습만 봐도 두 모습의 공포가 공존하는 것을 우리 눈으로 생생히 경험하고 있다.


판단력을 흐리는 공포에 대해서는 논리가 성립되기 어렵기에 얘기하지 않겠다. 나는 날카로운 판단력을 만드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공포라는 맹수를 가둘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Hope for the best, prepare for the worst' 마인드가 합쳐졌을 때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대처 방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 마인드를 바탕으로 시나리오 경영과 같은 다양한 경영법이 소개되었다. 그중 '컨틴전시 플랜'과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가 있다.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의 사전적인 의미는 아래와 같다. 

컨틴전시 플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비상계획을 가리키는 말 (출처: 두산백과)

컨틴전시 플랜과 비슷한 의미로, 줄여서 BCP(Business Continuity Plan)라고 도하는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가 있다. '재해·위기 상황에 대한 예방·대비·대응·복구 전 단계에 대한 대내외 역량 확보와 체계 운영 및 관리를 포함하는 포괄적 프로세스와 운영체계'를 의미한다고 매경닷컴이 적어 놓았다.


이 모두 한 마디로 우발적이고 우연히 발생하는 내외적 치명적 요인이 회사 운영에 최대한 적은 영향을 미치게 하도록 시나리오를 미리 마련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 환경에도 변화 리스크가 훨씬 커졌다. 하루가 다르게 영업 환경이 정신없이 변하다 보니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한시도 안심할 수 없다. 그래서 호황기일수록 위기 시나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계획(Action plan)이 있느냐가 그 리더십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회사 밖에서 발생한 문제다. 이 불청객이 회사 대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특히 이렇게 매우 높은 전염력을 가진 바이러스는 한 부서 전체의 생산성을 순식간에 제로 0로 만들 수 있다. 특히 주요 매출을 담당하는 팀일수록 회사의 타격은 클 것이다. 바이러스는 이런 구구절절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에 CEO도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이때 회사의 전염병 위기 대응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될 수 있다.

1. 재택근무

2. 임시 오피스


1번 결정은 가장 직관적이고 빠른 방법이다. 직원들의 외부인 접촉 횟수를 거의 0으로 만들어 전염 리스크를 최소화하자는 의미에서 그렇다. 하지만 아직까지 재택근무에 대한 한국 회사들의 경험이 적고 재택근무 생산성 검증이 덜 된 상황이 경영자들의 고민으로 남아있다. 


2번 결정을 하기에는 시간과 자원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 선택은 기존처럼 업무 진행이 가능하며, 최악의 상황으로 본사가 폐쇄될 때도 영업 활동이 큰 차질 없이 지속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용기 있는 투자라 생각한다.


지금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핵심 TF팀을 구성하여 위워크를 단기로 임차하고 있다. 핵심 영업 조직이 아예 통째로 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세일즈 부서가 대다수다. TF 팀이 꾸려져 입주할 때는 경영지원팀이나 인사팀의 과장급 이상 직원이 함께 상주하며 관리하기도 한다. 디자인팀이나 재무팀, 혹은 마케팅팀이 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물론 모든 회사들이 위워크와 같은 공유 오피스를 임시적 대안으로 삼을만한 여유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현금 흐름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국가적 재난 상황을 이유로 단기 오피스 임대를 문의할 때는 일반적 멤버십 계약 조건과는 조금 다르게 상황상 편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고려할 가치가 있다. 당장의 여유가 없다면 추가적 부담을 감당할 필요는 없겠지만 기대 이상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공유 오피스는 사업 특성상 장소를 잠정 폐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웬만한 의료시설만큼 방역에 집착한다. 방역에 오버하는 것은 없다는 각오로 지나칠 만큼 공간 살균과 청결에 노력한다. 일반 회사라면 한 층에 확진자가 나오면 그 여파가 영업에 차질을 줄 정도겠지만, 만약 우리 같은 공유 오피스가 폐쇄되야한다면 매출에 직격타를 맞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조심하는 것이다. 여러 회사가 모여 생활하는 곳이고 많은 부분이 공동 사용이라 꺼려지겠지만, 실제로 우리는 회의실 의자부터 책상, 문 손잡이, F&B공간을 매일 살균하고 닦는다. 곳곳에 손소독제와 핸드크림을 함께 비치하고 반드시 필요한 미팅 외엔 외부인 입장을 제한하는데, 과연 청결 수준이 떨어질까?


2월 중순 전후로 너무나 다른 내부 상황


올해 2월 초까지는 코로나 바이러스 뉴스가 위기감을 스멀스멀 고조시켰지만 대부분 평시 상황을 유지했다. 입주사들도 재택으로 돌아선 회사는 없었고 평소대로 업무 활동을 했다. 상황을 180도 바꾼 건 대구 지역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인데, 이때부터 입주사들에게 공포감이 생긴 것 같다. 점점 위워크로 출근을 하지 않기 시작하더니 아침 출근시간에 출근한 인원이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에 이르렀다.


이렇게 출근하는 입주사가 없어 한산해지더니 곧이어 단기 입주 문의가 늘기 시작했다. 마치 갑자기 무섭게 내리는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처마 밑으로 들어오듯, 하나둘씩 위워크에 입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커뮤니티팀은 기존 업무를 재정비할 새도 없이 새로운 멤버들의 입주를 돕고 있다. 비가 그치고 햇빛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비출 때, 이들은 위워크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어 나갈 것이다.


내가 위에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하나다. 이런 우발적인 상황에서도 회사들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공유 오피스는 단순히 장기적 사무실 비용을 절감하고 유연한 임대 기간 조건만을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더 안전한 방어막이 되어 줄 수 있다. 이러한 불안한 상황에서 마음 편히 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조직의 지속력과 생산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이번 기회에 모두가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재택으로 돌아가서...


일이 잘 되고 말고를 떠나 주중 9-6을 집 책상 앞에서 보낸다는 건 꽤나 낯선 경험이다. 몰랐던 습관도 찾을 수 있고 내 집중력 커브를 오롯이 인식할 수 있다. 근데 하루 종일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면 나만 영화 <트루먼쇼> 짐 캐리가 돼버린 기분인 건 아니죠? 집 밖이 다 무대 세트는 아니겠죠..?

??????



essay by junwoo

photo by Wolfgang Hasselmann, Ioic Leray, <The Truman Show> still 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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