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의 초점
특정 행동을 자주 하면 습관이 된다. 특정 생각을 자주 하면 관심이 된다. 관심이 가는 분야라는 건 곧 내가 아직 모르는 곳이니 알고 싶다는 뜻이고, 그것을 알기 위해 온몸의 힘이 집중된다.
생각과 상상력도 속도의 힘을 받는다. 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그 생각이 전개되는 속도는 가속되고, 충분한 추진력을 얻은 그 아이디어는 내 머릿속에서 더 멀리, 더 오래 남는다. 그래서 기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느끼는데, 기록이 하는 일은 단순 과거를 기록하는 것에서 이 관심 추진력을 잃지 않겠다는 내 행동 의지이기 때문이다.
10킬로 이상 장거리 러닝을 할 때, 뛰다가 멈췄을 때 다시 이전의 탄력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몸이 안다. 뛴 거리가 늘어날수록 다시는 그 제한된 몇 가지 동작을 통해 그 수준의 가속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그래서 몸의 편안함을 무시하고 뛰는 것이다. 그럴 때 이따금씩 찾아오는 것이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다.
Runner’s high: 보통 1분에 120회 이상의 심장박동수로 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러너스하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하며, 중간 강도의 운동을 30분 이상 계속했을 때 느끼는 행복감. 러너스하이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물질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는 물질은 엔도르핀(endorphin). 엔도르핀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산소를 이용하는 유산소 상황에서는 별 증가를 보이지 않다가 운동 강도가 높아져 산소가 줄어드는 무산소 상태가 되면 급증하게 됨. [네이버 지식백과] 러너스하이 [Runner’s High] (삼성서울병원 건강상식)
Tunnel Vision은 집요하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사람들이 겪게 될 러너스 하이다. 하나의 생각, 하나의 아이디어에 몰입할수록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싶게 되고, 생각 > 작은 행동 > 생각 > 작은 행동이 반복되면 속도가 붙어, 주위로 분산된 내 시선들을 앞으로 모아준다.
Tunnel Vision은 이 시대의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풍요로운 시대란 이제 과거의 이야기다. 지금은 자급자족의 시대를 뒤로 하고 뭐든지 머리와 입에 욱여넣지 않으면 지루해 마지않는 특이한 시대다. (Tunnel Vision: 비의학적인 의미로써 터널 비전은 터널 속에서 터널 입구를 바라보는 모양으로 중심부의 시야만이 뚜렷해지는 것)
주의를 끄는 것은 너무 많고, 따분하게 소비만 하게 되는 작금의 트렌드에 속으로 경고해야 한다. 내가 쫓아야 하는 사냥감은 무엇일지 관심조차 가지 않게 될까 봐 두렵다. 그렇다고 움직이는 아무것이나 내 사냥감이 될 수는 없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지금 그것을 하라’ 고 계속 촉구한다면, 그것은 묵살하기 어려운 요청이다. 그 요청들은 내가 나에게 제안한 관심사(사냥감)이며, 가장 본능적이고 나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 기록을 통해, 행동을 통해 살려두었던 관심이 가리키고 있는 것들이다. ‘찾아야 하는 것’에서 ‘보이는 것’으로의 생각 전환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 초점(what)을 찾는게 먼저라는 것을 알게 하였다.
나만의 what은 그것이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내 시선을 우선 어딘가에 고정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초점을 맞춘 곳에 다가가려는 노력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움직일 때 비로소 내가 찾는 다음 것들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은 허리를 숙여 지척에 있는 것들을 두리번거릴 수 있다. 하지만 결국 허리를 펴 고개를 들고 내 해(sun)는 어디서 떠서 어디로 지는지 궁금하게 될 것이다. 그게 나만의 유토피아다.
essay by 준우
photo by rostyslav savch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