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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Mar 05. 2023

졸고 있는 의식

깨어있으라

우리가 하루에 깨어있는 시간 중 거의 절반의 시간에 Daydreaming을 하고 있다. 의식의 흐름이 무의식적으로 다른 곳으로 간다. 하던 일 앞에서 멀어져 내 머릿속에 있던 생각들 중 하나로 의식이 재연결(re-connect)된다. 인간이 하등 동물과 크게 다른 점이 걱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내 주변 일들에 대한 걱정,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한 걱정,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걱정이다. 이것은 생존에 있어 인간이 가진 능력이자 축복일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의 정서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2010년, 하버드에서 ‘A Wandering Mind Is an Unhappy Mind’라는 짧은 논문​이 나왔다. 요약하면, 1) 사람의 의식은 정말 자주 떠돈다는 것, 2) 지금 무엇을 행동하고 있든 간에 내 생각이 떠돌고 있다면 덜 행복해진다는 것, 그리고 3) 지금 신체로 하고 있는 것보다 내 행복에 더 직접 기인하는 것이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의식의 무작위적 흐름, 또는 의식의 방황…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없어도 된다. 우리의 뇌가 원래 그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루에 수십 번씩 생각 속에서 떠돈다. 내 의지에 역행하는 내 의식이 불안함을 만들고 또 스스로 감정 에너지, 불행을 초래한다. 그래서 쓴다, 최소한 자판을 튕기며 글을 쓰고 있으면 잠깐 동안 내 생각의 가닥을 붙잡고 있을 수 있다.


요즘 들어 부쩍 걱정이 많아졌다. 걱정의 파도는 내가 공들여 쌓고 있던 현실 집중이란 모래성을 성실히 부수고 있다. 매일 새로 만든 걱정에 나는 매일 판정패를 당한다. 얼마 전 <남산의 부장들> 영화를 보았는데, 후반부에 이병헌이 한 대사가 기억난다.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큰 일을 경영하는 사람은 소탐대실하지 말고, 큰 줄기를 모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다스리라,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다시 걱정이 고개를 들 때, 속으로 주문한다,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성경의 신약 편 마가복음 13장을 보면, 예수가 제자들에게 자신의 죽음 이후에 일어날 환난의 상황을 예견하는데, 제자들에게 이때를 두려워하지 말고, 거짓에 미혹되지 말고, 주의하여 깨어있으라 말한다. 여기서 깨어있으라는 말은 대비되어 있는 마음이다. 언제 올지 모를 위험, 혹은 기회, 변화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것이 바로 깨어있음이다. 기회 앞에서 깨어 있지 않으면 다음을 기다려야 하고,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잠들어있다면 조용한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깨어 있음의 반대는 졸고 있음이다. 의식의 졸음은 자주적인 삶에 있어 치명적이다.


졸음 앞에 장사 없다. 잠을 빼앗는 것은 실제 고문의 한 방법이었다. 잠을 안 재우면 그 사람의 굴복을 받아내기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우선 졸린 상태에서는 쉽게 오케이를 하게 되고, 제대로 분간해서 들을 수 없고, 이것이 내 생각인지 그들의 것인지 구별할 수 없다. 수면 재단​(sleepfoundation.org)에서 발표한 잠 부족의 증상들은,


1. 생각이 느려진다.

2. 하나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3. 기억력이 감퇴한다.

4. 덜 생각하고 선택한다.

5. 힘이 없다.

6. 감정 변화가 잦다.


졸고 있는 의식은 보고 듣는 것을 그대로 수용한다. 내 주체 의식이 사라진다. 내 사상과 의식이 사라진 자리에 항복의 자세가 들어와 있다. 오늘날의 미디어는 특히 졸고 있는 의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속 소비해야 하는 희생양이 될 것이다. 우리의 정신은 쉽게 방황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 졸리다. 깨어 있으려는 의지와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 깨어 있는 집단일수록 생명력을 띈 대화들이 많이 나온다.


깨어있으라. 지금은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각, 꽤나 졸린 상태에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타이핑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깨어 있을까? 아님 졸고 있을까.



essay by 준우

photo by Ivana Caj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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