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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Jan 30. 2021

좀 덜 두리번거리려면

그럼 소는 누가 키울 건데?

내 삶 자가 체크: 아침 눈을 뜨고 일터에 나갈 준비를 하며 새로운 하루를 받음에 감사하며 이 세상에 행할 영향력에 대해 설렘을 느끼는지


반대로 매일 아침마다 내 마음이 빈사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 내가 가진 두려움이다. 젊은 내가 벌써 조금씩 죽어가는 느낌을 갖기를 거부한다. 물론 노곤한 몸과 설레는 마음을 동시에 갖는 것은 어렵다. 현실은 디즈니 영화가 아닌 지저분한 시궁창이고 엄청 외로운 것이니까. 아침 양치를 하면서 내가 왜 계속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설명시킬 수 있는가?


일 다운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내게는 일이란 조직이 존재하는 목적에 내 맡은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때론 대의를 위해, 조직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는 1) 조직의 앞 날이 고무적일 때, 2) 동료들과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것을 알 때, 그리고 3)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에게 공고한 믿음과 진심 어린 추종심을 가질 때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이상적인 삼위일체지, 이 세 가지를 이루는 것은 단 한 사람의 미션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열심을 다해 일을 하는 이유를 스스로 물어본다. 원하는 조직의 조건을 말하기 전에 반문해본다. 나는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일을 했는지. 무엇을 위해 일 했는지. 일을 위해 일을 한 것인지, 더 넓은 의미의 일을 한 것인지.


Circle of Life


굉장히 큰 글로벌 조직의 성장 사이클을 경험한 것은 굉장한 운이었다. 입사 초기의 폭발적인 에너지, 그때 불가능한 일이란 없어 보였다. 재작년에 회사의 얼굴이었던 대표님이 사임하시고 그 아래로 부장님들의 회사 메일이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했다. 동료들의 얼굴에 묻어있던 근심을 보면 이들의 얼굴 볼 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이 떠나면서 가지치기를 마치니 핵심 조직만 남았다. 살아남았다는 안심보다 곧 과중될 역할에 대한 걱정이 생긴다. 집에 있는 식구를 먹여 살리는 소년 소녀 가장들. 조직의 재구성은 반드시 긍정적인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컴퓨터가 먹통이라고 필요 없어 보이는 프로그램들을 삭제하다가 필수 시스템을 제거해 시동도 안 걸리게 되는 것처럼, 조직 전체가 우왕좌왕하게 될 수 있다.


자존심과 학습의 상관관계


일에 애착을 갖게 되면 자연스레 내 일 여기저기에 내 흔적이 묻게 된다. 내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과 내 결과물에 투영하는 자존심은 꽤 다른데, 자존심에 잠식당하게 되면 눈이 뿌옇게 흐리멍덩해지며 퇴행하게 된다. 이단아, 혹은 언더독(Underdog)처럼 작은 확률을 뒤엎을 자세, 배우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항상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지금 속한 환경도 계속해 객관화하여 볼 수 있고, 익숙하지 않던 아이디어에도 관심을 줄 수 있다. 갈증과 허기는 누가 대신 해결해줄 수 없는 개인의 생존 문제이고, 배우는 사람은 눈빛에서 드러난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들은 역경에 적응하며 생존을 위한 과감한 모험을 했다. 시대를 불문하고 자기만의 시대 감각과 본능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남는 게 강한 것이다.


계속 그렇다고 믿고 계속 그렇게 행동하면 그렇게 된다. 세상에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거의 없다. 세상은 크고 작은 신호들을 내게 보내오고 있다. 그래서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겠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두려운 것은 무엇인지, 내가 좋아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든 일에는 그 일의 품격이 존재한다. 품격 있는 일들을 보면 간단해(effortless) 보인다. 남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의 땀 쏟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럼 소는 누가 키우냐고?


essay by junwoo

photo by Oktavisual Project, Jeremy Bi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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