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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Feb 07. 2021

거품 사회

자기 최면과 속이기의 균형

에어비엔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지난 1월에 열린 로이터 넥스트 써밋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이 바꿀 여행 트렌드를 소개했는데, 그중 단순 관광은 줄어들고 가족이나 애인 등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러 가는 여행 수요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 예측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러 갈 여행을 준비하는 나지만 작년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사교 생활이 거의 없다시피 살았다. 코로나를 핑계 삼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는데, 그만큼 술 값으로 나가는 돈도 굳으니 여러모로 이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 자신을 위한 지출이 느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밖에 나가 친구들과 쓸 돈은 아꼈을지 몰라도 나를 위한 지출은 더 과감해졌다.


올해 초에는 그간 미뤄온 지인들 모임을 몇 번 가졌다. 밖에 나가 느낀 점은 젊은 싱글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란 꽤 가혹한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결국 자기 자신을 계발하는 목적은 남들과 교류하며 뽐내고 유혹(설득)하는 것에 상당 부분 있기 때문이다.


곧 명절이 다가온다. 애인이 없는 성인 자식들을 보면 부모들의 고민이 많아지나 보다. 지금의 내 나이에 보통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으니까. 하지만 결혼이 주는 현상은 한국을 떠나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요인들 중엔 교육 수준과 개인 처분 가능 소득의 증가 등 수십 가지가 되겠으나, 현실에 안주하기 어렵게 만드는 변화의 속도감과 경제 계급의 양극화가 점점 빨라지는 것이 현실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다.



Our World in Data 통계에 따르면, 90년대의 한국에서는 천 명당 약 9.3쌍이 결혼을 한 반면, 2010년도에는 30%가량이 줄어든 6.5쌍이 결혼했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이렇게 과거에 비해 결혼하는 남녀가 줄어들고 있다. 결혼 수 감소와 함께 초혼 연령도 높아지고 있는데, 90년대 한국 여성은 평균 24.8세에 결혼을 하였고 2017년에는 30.2세가 평균 나이였다. 작년 상반기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값을 찍으며 딩크(DINK)족이 내 주변에 늘었음을 확실히 체감했다. 


출산과 양육에 들어가는 현실적인 희생 비용을 차치하고, 이런 감소의 원인에는 서로의 짝을 찾은 젊은이들도 아직 이 세상에서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은 것이 이유라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 Y세대들이 지난 베이비부머나 X세대만큼의 물질적 풍요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문명과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이 세상에 있는 멋진 것들을 모두 체험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힙합 문화 자체가 메가톤급의 영향력을 가지고 대중화되면서 파생된 Flex 문화, Self-made와 같은 성공에 대한 자화자찬 문화도 큰 몫 했다고 본다.


너와 나의 버블


거품은 다수의 기대감이 만든다. 작년 1~3월에 거의 최저점을 찍은 주가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많은 이들이 한탕주의에 빠졌고 계속해서 버블을 키워오고 있다. 거시 경제에 일정한 거품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게 커졌다 꺼지는 게 하나의 사이클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런 것들이 점점 광기라고 이야기한다. 막연한 기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반영하는 의견이자 시대상이다. 기대감이란 것은 반드시 사실을 기반으로 한 낙관적인 조망뿐 아니라, 잘못된 정보 및 이미지의 과도한 유통(순환)도 포함한다.


거품은 자기 자신을 예측할 때도 동일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셀프 브랜딩을 본격적으로 경험한 세대이다. 플랫폼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한 사람의 매력이 웬만한 중소기업 뺨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봉급을 통한 근로 소득과 투자를 통한 자본 수입 외에도 새로운 수입원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지, 우리의 불꽃이 무엇인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Fake it ‘till you make it


지금만큼 다양한 성공 공식이 존재한 적이 있었을까? 듣도 보도 못 한 것으로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평범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성공 기준이 무엇이든 그것을 얻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실행을 해야 한다. 마음을 결정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움직여야 한다. 나의 원대한 계획을 세상에 선언해야 한다. 이때 많은 이들이 해주는 조언 중 ‘Fake it ‘till you make it’ 란 말이 있다. 의역하면, ‘목표한 바를 실제로 이룰 때까지 내가 이미 그것을 이루었다는 마음가짐과 마인드셋을 가지고 노력해라.’ 정도가 되겠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뀐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여러 motivational speaker들이 헸음직한 이 말에 수긍하는 부분이 물론 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위험도 존재하는 양날의 검이다. 어디까지 나 자신을 속여야 하는가? 남들에게 알릴 때는 어떻게 과장해야 하는가? 내가 한 과장에 나 스스로 납득을 못 하겠으면? 특히 이런 조언은 예체능 계열의 유명인들이 유독 많이 말했다. 예체능은 특히 타고난 개인 재능이 경쟁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다.


긍정적인 목표를 구체적으로 그린 후 어려운 중간 과정들을 이겨내는 일에 사용한다면 이 조언을 좋게 사용한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말을 곧이곧대로 수용하면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의 진실성이 약해질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엔 내 이상향과 현재 위치의 괴리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항상 일말의 가능성만 희미하게 존재하는 곳에서만 영영 머물며 이도 저도 아닌 철없는 늙은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자기 몰입과 내 현실 위치를 계속해서 체크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단순 노동 공급자를 넘어 상품 자체가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의 진정한 가치는 거래하는 상대방에게 달려있다. 연봉 협상 과정부터 프리랜스 외주까지 내가 만든 제품 품질이 나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오차가 적을 것이다. 그다음은 시장 수요와 공급에 달렸다.


Underpromise, Overdeliver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 한채 자신을 오버해서 포장하는 일은 오래가지 못한다. 이미 많은 유명인들과 스타트업들의 드라마틱한 반전 스토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고객과 시장을 영영 속일 수 없다. 그래서 가장 안전하고 오히려 참신한 성공 방법은 덜 약속하고 더 멋진 결과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듯, 나의 현재 능력을 과도하게 자신하게 되면 그만큼 비현실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높은 기대감을 만들고 물을 끼얹는 것도 나다.


지금은 거품 사회다. 인스타그램 보정 필터로 더 섹시해 보이는 나, 부담스러운 빚을 지고서 입주한 브랜드 아파트, 12개월 할부 디자이너 재킷 등, 점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들이 적어지고 있다. 우리 인간은 이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졌음에도 현실을 진득하게 분석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보이는 것들을 지표 삼아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점점 직관에 의존해가는 사회, 막연한 기대감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있다. 핸드폰을 켜면 보이는 게 다 그런 것들 뿐이니 어쩌겠는가 싶다.


하지만 이런 자기 착각 속의 사회에서, 나의 기대감이 과연 자기 최면인지,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고객까지 기만하는 수준인지는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내 몸의 거품기를 쏙 뺀 모습이 더 진정성 있고 현실에 두 발을 딱 붙일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거래되는 상품이자 브랜드다. '나'라는 브랜드에 심한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도록,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꾸준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살아야겠다.


essay by junwoo lee

photo by Sam Moqa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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