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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오피스

뉴 노멀 시대의 메타버스와 거점 오피스

by Jab n Wrestle

서울 지하철 2호선과 5호선 라인인 을지로4가역이 ‘BC카드 역’ 이란 이름도 갖게 되었다. 서울교통공사가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역 이름을 팔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다. BC카드 본사는 을지로4가역 9번 10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을지트윈타워에 있다. BC카드의 위상(?)을 드러낸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을지로 4가-역삼역 이름 팔렸다… BC카드 역-센터필드 역 병기’)


강남에선 2호선 역삼역이 ‘센터필드 역’으로도 불리게 되었다. 센터필드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 센터필드는 사실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에 있다. 그럼에도 역삼역에 센터필드의 이름을 추가한 것은 역삼-선릉 지역의 초대형 복합 건물로서의 랜드마크가 되겠다는 생각이 깔린 것이다.


멋지게 디자인된 빌딩으로 출퇴근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지 않은 직장인들이 있을까? 삐까번쩍한 건물에 사무실이 있다는 사실은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이 수준을 넘어 'ㅁㅁ역 a.k.a 회사명’ 은 어나더 레벨의 플렉스(flex)다.


어제는 회사 동료와 함께 센터필드 지하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로비에 들어설 때부터 기분 좋은 향이 난다. 대리석 바닥은 조명을 은은하게 반사하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은 건물에 활기를 더한다. 우리 둘은 계속 ‘우와, 우와’ 감탄을 연발하며 우리 회사가 이 건물에 있었으면, 하며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회사원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사무실이 줄어든다


사세를 확장하면 일하는 사람도 더 필요하기 때문에 사무실 면적을 늘리는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이었다. 공유오피스 업계에 있으면 요새 어떤 업종이 뜨고 있고 어떤 회사들이 돈을 잘 벌고 있는지 나름 쉽게 알 수 있다. 신규 입주사들의 업종을 분석해보거나 내부에서 계속해서 확장을 문의하는 회사들이 그들이다. 또한, 유망한 회사들은 점진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밥 잘 먹고 밖에서 뛰놀기 좋아하는 사춘기 아이들처럼 비약적으로 외형을 성장시킨다. 가까이서 지켜본 Class101도 그랬고, 초기의 우버이츠, 오늘회, 트레바리, 등 좋은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의 성장 패턴이 그러하였다.


그런데 요새는 이러한 성장세를 육안으로 보기가 조금 더 어려워졌다. 매출은 늘었지만 지금 쓰는 사무실을 더 이상 확장하지 않기 시작했다. 인원이 늘었음에도 오히려 규모를 줄이거나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 초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해온 회사들(대부분이 IT업종의 회사들이다)은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과 회사 매출 기여도가 지난 코로나 이전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 해로운 결과를 내지 않았다는 것을 배운 것 같다. 약 1년 반 동안 로테이션 근무 스케줄이나 자율 좌석제 등의 방식을 시도해보면서 이를 검증한 것이다. 그러니 직원이 늘었다고 공간을 늘릴 필요가 줄어든 것이다. 지금 수준의 빌딩 컨디션에 더 저렴한 평당 임대료를 찾을 고민에서, 지금 있는 사무 공간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재택근무를 더 효율적으로 시행할지로 논점이 변하고 있다. 신규 인재들을 채용하랴, 사내 문화를 개발햐랴, 유연근무제도를 정착하랴, 지난 기간 동안 각 회사의 HR 부서는 정말 바빴을 것이다!


거점/분산 오피스, 전통 사무실의 보안재


임대료와 인건비는 기업의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접비 항목들이다. 회사사 인건비를 늘리겠다는 뜻은 이들을 최대로 활용해 인건비 증가율보다 더 높은 매출 증가율을 만들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이들의 자리를 하나씩 다 만들어주려면 사무실 면적도 더 늘어야 한다. 게다가 지금 같이 임차 수요가 공급보다 높은 임대인 우위 시장에서는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훨씬 커졌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고정비의 증가는 리스크다. 이러한 리스크를 기업들은 어떻게 헷징을 할 것인지에 따라 장기전이 가능하다.


기업들이 거점 오피스를 확보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고급 인재 확보이고 다른 하나는 업무 생산성 방어다. 거점 오피스는 개발자들을 모시기 위한 회사의 눈물겨운 노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주지가 먼 개발자들이 반드시 본사까지 출근하지 않아도 되도록 통근이 편한 중간지점에 지어놓는 전략적인 수단이 된다. 실제로 기업들이 구축하고 싶은 거점 오피스 지역을 들어보면 판교가 대부분이다. 분당은 개발자 거주율이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통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거점/분산형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게 되면 직원들은 이를 회사가 제공하는 근무 복지 차원으로 인식하며, 궁극적으로 신규 인재를 확보하거나 유능한 인재들도 유지하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두 번째는 업무 생산성 방어다. 재택근무는 혼자 자취하거나 자녀가 없는 맞벌이들에게(특히 신혼) 특히 환호를 받는 정책이다. 다만 자녀가 있는 직원들이 많거나 평균 연령대가 높은 조직에게 재택근무에 대한 피로도가 높은 편이다. 이들에게는 제3의 공간이 필요하다. 콘센트가 없거나 와이파이 잡기 어려운 카페보다는 분산 오피스가 필요한 이유다. 재택근무의 단점으로 꼽히는 문제 중 하나는 퇴근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이를 물리적인 대안으로 삼을 수 있는 곳이 분산 오피스다. 본사 사무실은 아니지만 집도 아닌, 하지만 업무는 집중할 수 있는 곳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숙제다.


메타버스, 전통 사무실의 대안재


메타버스는 내게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주제다. 개더 타운과 오비스(oVice)와 같은 서비스는 이미 기업들에게 가상의 업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지금의 소셜 플랫폼 이용 방식을 메타버스로 옮기겠다는 궁극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 아바타로 활동하는 이 3D 디지털 공간은 전통 사무실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까? 메타버스가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교류하는 방식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까?


1) 직원으로서의 페르소나 = 메타버스 아바타

우리가 월요일 아침 출근할 때를 생각해보자. 지금의 나는 주말의 나인가? 직장인으로서의 우리는 다른 페르소나를 가진다. 내가 맡은 업무를 하는 것이 내가 하는 것인지, 이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또 다른 ‘나’가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나는 출근 전의 나와 구별된 자아를 가지고 출근하여 업무를 보고 동료들과 사회 활동을 한다. 이러한 행동 방식은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아바타로 자연스럽게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메타버스로 100% 대안 되는 데에 큰 허들은 없다고 생각한다.


2) 다음 생산 가능 인구가 일하는 방식

성인이 되어 본격적으로 사회에 던져지는(?) 20대 대학생들에게 이번 코로나 팬데믹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도망갈 곳 없이 낯선 이들과 마주쳤을 때, 대화를 섞고 이어가야 하는 어려움을 경험해봤을까? 상대방의 눈빛과 몸짓에서 그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까? 참 안타깝다. 혼자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그 어느 세대보다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메타버스는 편하게 적응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일 수 있다. 관리자 세대에겐 우려가 되겠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한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단절과 고립이 강제된 작금의 시대에서는 관용과 통섭의 미학이 기술에서 발견되어야 한다. 이는 전통 사무 공간에서 회사가 쉽게 보충하기 어려운 일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UI와 UX로 대체가 가능할 것이다.


직방은 본사 소재지가 없다. 작년부터 전사 100%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클라우드 워킹(Cloud-working)을 접목하였다. 올해 초엔 강남 GT타워에 있는 본사 사무실까지 없애면서 배수진(?)을 쳤다. 메타폴리스라는 가상의 건물을 만들었고, 직방의 직원들은 집에서 아바타를 통해 가상의 사무실로 출근한다. 물론 완전히 공간을 없앤 것은 아니고 '직방 라운지'라는 지역별 거점 오피스도 운영하고 있다. 그래도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는 기업의 결정이다. 실로 굉장한 모험이고, 이는 미래에 대한 확신과 일(work)하는 방법에 대한 신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가상의 3D 업무 공간 속에서도 사람(아바타)과 사람(아바타)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되길 바란다.


유비쿼터스 오피스의 형태

하나의 메타버스는 하나의 사회적 공간을 표방한다. 그곳에서 다른 아바타들을 만나 커피를 마시거나 산책도 운동도 할 수 있지만 그 메타버스는 이 세상에 있는 단일 가상 공간이 될 수 없다. 이것은 메타버스가 전통 사무실을 100% 대체할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하나의 메타버스가 제공하는 기능은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찾을 수 없는 기능이 일 수 있다. 메타버스를 구현한 창조자들이 다르고 그 메타버스의 존재 목적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물리적으로 태어나 숨 쉬고 있는 이 현실에서만 얻을 수 있는 기능은 거점 오피스에서 얻게 될 것이다.


집 - 메타버스 - 거점 오피스. 이 세 가지 사무 공간 트라이앵글은 앞으로 우리가 일하면서 살아가는(live) 방법에 맞게 일상이 될 것이다. 인간에게는 최소 3개의 페르소나가 있다. 각 페르소나의 특징과 설명이 다른 것처럼 메타버스가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다양한 세계를 넘나들며 자아를 실현하게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essay by 이준우

photo by Richard Horv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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