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소유하는 방식
공유오피스 업계에서 5년 차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유오피스 입주를 고려하는 고객사 대상 영업부터 지점 운영을 하면서 사람들이 공간을 이용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그간 공유서비스업 렌즈를 통해 고객들을 관찰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사람들의 소유욕이 보인다는 것이다.
공유오피스 사업 모델은 오피스 부동산의 장기 임차 계약 관행을 역설적으로 혁신한 것이다. 기존 오피스 부동산 임대차 벨류 체인을 디커플링하여, 좋은 위치에 있는 사무실에 접근할 권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전대 방식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를 통해 익숙한 임대차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바야흐로 갓물주와 임대인에게 집중되었던 권위적인 시장에 민주주의와 탈중앙화(?)를 가능케하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다, 공유오피스에서 소유욕이라니. 조금 더 풀어보자. 공유오피스는 영어로 co-working space, shared office, 혹은 serviced office를 주로 쓴다. 공유오피스를 co-ownership, 혹은 co-owning 오피스라 말하지 않는다. '공유오피스'는 실수요자들에게 공유 공간의 개념으로 인식되기보다 매우 짧은 기간에 부담 없는 보증금으로 전세할 수 있는 사무 공간으로 인식한다. 한 공간을 여러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은 자원 공급자(운영자) 입장에서 나온 것이지, 이용자는 그것보다 얼마나 많은 공간을 내 것처럼 쓸 수 있냐가 더 중요하다.
즉, 코워킹 오피스는 실수요자들에게 관념적인 의미보다는 경제적으로 실용적인 측면이 더 강하다. 다만, 한정된 자원(업무 공간, 소모품, 식음료 등)을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는 것은 비용 합리성에서 멈추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공유되는 정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는 온라인이 아닌 실재하는 물리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실제로 유명한 카페나 바, 음식점에 가보면 공간 면적 대비 손님 자리 수를 적게 유지한다. 평당 점유 인원이 얼마나 적은지에 따라 쾌적함(이용 만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체류 시간이 긴 공간 특성상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자신이 오래 있는 공간에 대해 자연스레 소유욕과 점유욕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공용 라운지에서 애용하는 자리가 있는데, 어느 날 누가 나보다 먼저 와 앉아있을 때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공유오피스의 자산은 공용의 것으로 충실하게 기능하지 않는다. 이용 기간이 짧든 길든, 공유 자산이라 생각하기보다 소유의 개념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인간들에게 소유한다는 개념은 도대체 어떻게 인식되어왔고, 또 변화해왔을까?
조상들은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하는 유랑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먹을게 자라는 땅을 발견하고는 정착 삶이 시작됐다. 동식물의 작물화와 가축화로 인한 잉여 자원이 생기자 어머니들은 양육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문명이 피어났다. 이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대적 상황에 따른 소유 방식이 변화해왔다는 점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무소유에서 소유, 공유, 그리고 초단기 소유 시대로 가고 있다.
무소유
우호적이지 않은 외부 상황에 의해 의지와 상관없이 소유가 불가했던 시대다. 정보도 부족하고 생존을 위한 자원을 꾸준히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오래 산 사람들의 경험에 의존하여 계속 이동하던 무소유의 시대다. 사냥을 위한 무기와 자기 몸을 보호할 정도의 도구를 소유했으나 내 삶을 영위하는 것을 순수히 자연에 의존하였다는 점에서 무소유의 시대다.
소유
경작할 땅이 생기면서 소유의 개념이 생겼다. 작물이 어느 정도 일정히 산출되는 땅을 갖게 되면서 잉여 자원이 란 것이 생겼고, 이 자본을 기반으로 사회 질서가 생겼다. 결과적으로 유목민들은 쇠퇴했고 농경민들은 문명을 발현시켰다. 유산자와 무산자의 차이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즉, 소유는 장기적인 생존과 번성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이었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발전되며 현대 사회까지 왔다.
소유의 개념은 가상 세계에서도 발견된다. 웹 1.0이라 불리는 초창기의 인터넷은 읽기 전용의 공간에 불과했다. 1985년부터 AOL과 야후! 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생겼고, 이들이 정보를 선별해 인터넷에 그대로 올려놓은 것에 불과했다. 이때 인터넷 유저들은 100% 정보 소비자였다. 이렇게 몇 안 되는 서비스 제공자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있어 그 양에 한계가 있었고, 자연스레 웹 2.0이 등장했다.
90년 말~2000년 초부터 유저들은 정보 소비자에서 정보 작성자가 되었다. 이때는 블로그와 카페의 전성기 시대다. 정보의 제작과 소비의 주체가 많아지면서 인터넷 세상은 더욱 상호 작용하는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교류로써 발생하는 정보들은 전 세계의 몇 안 되는 기업들(구글, 메타, 애플 등)이 점유했다. 매우 높은 마진 구조를 가진 이러한 정보 기술 기업들은 데이터를 소유하여 성장했다.
공유
공유의 시대는 공유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에 사실상 한계가 없어진 시대로 정의할 수 있다. 공유 산업은 일반 대중의 지식수준이 높아지고, 가진 자와 가지지 못 한자의 격차가 커지면서 그 수요가 견인되었다. 우리에게 공유의 개념이란 갑자기 생긴 것이라기보다, 제안된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프랑스 디종이라는 도시에 있는 멋진 저택을 며칠 예약해 묵을 수 있다는 것을 갑자기 알고 있던 게 아니다. 예전에 프랑스의 대저택들을 알게 되었고, 여기서 며칠 살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고, 그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이후에 알게 된 것이다. 따라서 공유라는 개념은 마케팅 수단으로써 목적이 있고, 소유하지 않았으면 접근하지 못했을 자원의 일부를 경험하기 위한 소비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에어비엔비, 우버, 크몽, 우아한형제 등 공유 모델로 성장한 기업들은 사업 대상이 B2B인지 C2C의 차이만 있을 뿐 유통되는 서비스나 재화를 직접 소유한 것이 아니다. 거래를 중개할 뿐, 자산을 소유하는 주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초단기 소유
구독 경제로 대변되는 이 공유 시대를 통해 서비스 노마드가 되어 오히려 피로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공유 서비스 이용으로는 무언가를 소유할 때 느끼는 가치를 100% 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소유함으로 얻는 효용과 가치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한된 자원으로 자신에게 최선의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당근마켓과 같은 커뮤니티 기반의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StockX, 크림처럼 한정판 리셀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이렇게 소유의 기간이 짧아지고 재화의 의미 또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소유는 하되, 관심이 떨어지거나 더 이상 가치를 못 느끼는 것은 빠르게 남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것이다. 지금은 문화와 유행에 가깝지만, 초단기 소유 시대를 관통하는 서비스들은 향후 10년간 잠재성이 기대되는 산업이다. Buy Now Pay Later(‘BNPL’) 결제 서비스도 초단기 소유 트렌드를 어느 정도 반영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렇게 소유를 부추기는 현상을 우려스럽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 소유권 이전에 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NFT도 이러한 초단기 소유 시대를 대표하는 자산이 될 것이다. 지금도 NFT의 적법성을 논할 때 왜 픽셀로 된 이미지에 몇 억씩 주면서 사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가상 자산을 소유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롤렉스를 가진 사람은 성공을 의미하는 것처럼, 성수 트리마제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은 상류층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그 자산이 대표하는 이미지를 사는 것이기도 하다(마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아이콘처럼). 또 자산 소유권자끼리의 배타적인 소속감도 주요 이유가 된다.
합리성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공유 개념은 소유의 일부 경험을 합리적으로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공유 서비스는 월별 지출 항목이지, 미래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자산이 되기 어렵다. 개인 소비자 입장에서 무엇을 소유할지, 공유할지를 결정할 때 고려되는 합리성의 정의가 변하고 있다. 우리는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좋은 것을 사거나 가장 싼 것을 산다. 둘 다 모두 합리적인 동시에 주관적인 소비다.
소유하는 것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본능이다.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같을 수 없다. 소유에 대한 철학은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 개인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초단기 소유 트렌드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다. 인간에게 소유의 욕망이 없어지지 않는 한 2022년에는 더 많은 소유가 디지털에서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You are what you own."
essay by 이준우
photo by Jen Theod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