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오피스 사업의 벨류 체인별 핵심 역량
기업이 기존에 잘하던 사업 영역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장기적 생존을 위한 것이다. 오랜 기간 영속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현 시장 수요를 이해하고 예측하여 핵심 역량을 이용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공유오피스 브랜드가 잘 하는(*잘 해야하는) 것이 무엇일까? 공유오피스 사업의 핵심 벨류(역량)를 나열해보자면,
1. 입지
2. 디자인 및 컨텐츠
3. 사무실 상품 구획 전략
4. 공간 플랫폼 전략
5. 커뮤니티 운영(고객 생애주기 관리 & 시설 운영(라운지 - 전용 오피스 공간 - OA 공간 -)
신규 출점하려는 지역이 상업 지역이든, 중심 업무 지역이든, 주거 밀집 지역이든 첫 단추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동네에, 어떤 컨디션의 빌딩에, 몇 층에 들어가는지에 따라 그 자체가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된다. 이런 점에서는 리테일 출점 전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초기에는 초역세권에 있는 A급 수준의 빌딩 고층부에 들어가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아파트 단지 앞 상가 1층에 들어갈 수 있다.
초기에 세팅된 임대차 계약으로 그 지점이 효자 지점이 될지, 썩은 사과가 될지 1차적으로 결정된다. 좋은 위치, 좋은 건물에 있으면 덜 좋은 위치에 있는 덜 좋은 곳보다 비쌀 수 있다. 이건 고객들도 인정한다. 다만, 그 수준이 시장을 납득시키기 어려운 가격대로 형성되거나, 그 입지를 선호할 것이라 예상했던 고객들이 오지 않는다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마케팅 예산을 더 태워서라도 해당 지점의 노출을 꾀하면 자연스레 고객 획득 비용은 증가한다. 한 고객 한 고객이 귀해지다 보니 조금 더 무리한 조건(추가 특약 or 면책 조건)으로 계약을 시키게 될 수 있고, 입주사 운영을 맡을 지점 커뮤니티팀의 부담이 늘게 된다. 중요한 고객인 것은 맞지만, 시장 경쟁 상황에 밝지 않다면 이런 악조건으로도 계약을 강행(?)한 세일즈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비싼 지점들이 이런 리스크를 모두 가진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지대가 높으면 교통 편리성이 높고 주변 인프라가 잘 되어있다. 회사는 직원들을 위해서 조금 비싸도 이런 곳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 여기서 이제 공유오피스의 다른 가치들이 제안되어야 한다.
여기서 디자인은 크게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브랜드 디자인 자산들을 통칭한다. 공유오피스 사업이 기존 오피스 임대 시장에서 혁신을 이룬 방법이 실용성(계약의 유연함)과 가성비에 중심을 두고 있다. 여기에 효율적인 확장(원가 절감)을 위해 주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을 바탕으로 공사하기 때문에 기존 업무 시설과 하드웨어적으로도 차별점을 갖는다.
턴키 방식의 임대차 계약 방식은 매우 간편하고 실용적이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하루하루 기분이 다르고 그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는 복잡한 존재다. 그래서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체류해야 하는 공간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고, 공유오피스 브랜드의 노하우가 발휘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공유오피스는 면적 대비 이용자 밀집도가 매우 높은 공간이다. 한 공간이 여러 이용 목적을 충족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공유오피스는 전용 공간에 최소한의 면적(브랜드별 최소 면적은 조금씩 다름)을 할애하고 나머지는 공용 공간으로 디자인한다.
공간 디자인은 그 안에 있는 사람의 행동에 큰 영향을 준다. 공유오피스 내부는 민주화의 공간이다. 고용인에게 통제력을 부여한 과거의 사무실을 탈피한다. 부장님이 파티션 위로 얼굴만 빼꼼 내밀면 누가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그런 오피스가 아니다. 때론 폰부스나 포커스 룸에서 숨어서(집중해서) 일할 수도 있고, 혹은 다른 층 팬트리에서 동기들이랑 커피 타임을 가지며 상사 욕을 할 수 있고,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있다면 잠시 라운지 소파에 누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자기 자리에서 일하다가 공용 라운지로 나와 일해도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동료들과 식사할 때도 편리성을 가질 수 있도록, 남들로부터 프라이버시를 가질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공유오피스의 공용 공간을 디자인할 때, 입주율이 80~100% 되었을 때를 가정하고 이용자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흐르며 이용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공용 공간이 적절하게 이용자들을 분배시킬 수 있다면 가장 좋다.
임대차 계약 후 공사(fit-out)에 들어가기 전, 전용 면적은 웬만해선 기존 다 철거하고 새로 도면 작업이 들어간다. 디자인 통일성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빌딩 채산성(building economics)을 위함이다. 전용 면적에 주요 매출원이 되는 월세를 버는 제품(사무실)을 얼마나 넣을지에 따라 월 수입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기준층 면적이 500평이고 전용률이 50%인 JW타워가 있다(미래의 내 건물 이름). 평당 임관비는 10.5만 원, 전용면적당 비용은 약 21만 원이라 하자.
위 그림처럼 많은 것들을 배제하고 단순화시켰을 때, 공유 오피스 A에 비해 B는 전용 면적의 10%를 공용 구역으로 할애했다. B의 전용좌석 수는 A에 비해 10% 감소하고 A만큼 임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선 단가를 13.6% 인상해야 한다.
위의 산식은 많은 요인을 배제했기 때문에 A가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아래와 같은 추가 요인들 때문이다.
- 다음 2부에서 계속 -
essay by 이준우
photo by We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