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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 n Wrestle Jan 13. 2022

두 종류의 게임

인생이란 게임의 필승 전략

평균 이상의 집단


우리들은 ‘평균 이상’의 삶을 원한다. 어느새 평타도 치지 못한다면 지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래서 각자의 방식으로 평균을 상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다수의 인생 전략은 지금처럼 빠르고 많이 성취하다 보면 최소 평균 이상은 도달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를 만국 공통의 전제라 치자. 그럼 이 전략은 아래 두 가지를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1) 매년 나는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 매년 이 세상은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말은 동시에 이 인생이란 게임은 계속해서 그 평균치가 올라가고 있다는 뜻도 된다. 이 전제로 했을 때 순위표는 매 순간 바뀐다. 인생에는 스쿨존이 없다.


세상에 대한 신념과 철학은 나만의 자존감을 이룬다. 인간에게 자존감은 나를 지켜왔던 불꽃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가 주어졌을 때 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처럼 정보가 거의 무한대로 팽창할수록, 무엇은 뱉고 무엇은 삼켜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받들던 신념과 상충되거나,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면 기존의 믿음을 크게 바꿔야 하는 딜레마는 오히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똑똑한 사람들은 평균 이상의 자격과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것들을 성취하며 이겨왔다. 매력적인 게임 플랜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온 알파 집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들의 우수한 분석력과 논리적 추론 능력 때문에 게임 플랜의 기초가 되는 가정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또, 기존 전략에 익숙할수록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스스로를 설득시킬 논리를 빠르게 만들어낼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훌륭하게 분석하여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그 정보를 해석하기 위해 사용한 전제 자체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전제는 내가 하는 이 인생 게임의 성격, 그리고 상대방의 수준이다.


테니스 시합


Simon Roamo 박사는 ‘Extraordinary Tennis for the Ordinary Tennis Player’에서, 프로와 아마추어 경기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몇 년간 프로와 아마추어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발견한 결과가 있는데, 프로들의 경기와 (갓 시작했거나 아직 구력이 높지 않은) 아마추어들의 시합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규칙, 비슷한 장비, 그리고 높은 에티켓 수준을 가지고 경기를 했지만 두 시합의 본질은 상반되었다.


먼저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보자. 그들은 멋진 스트로크와 정확한 랜딩으로 관중들에게 멋진 랠리를 선사해준다. 우선 기본적인 실수가 거의 없다 보니 프로 경기에서 승부를 가르는 곳은 선수가 상대방이 받아낼 수 없는 곳으로 공을 보내는 동작이었다. 프로 경기의 승자는 상대방보다 더 훌륭한 스트로크를 했거나 대응할 수 없는 치명적인 공격을 많이 성공시킨 선수다(특출 난 행동). 이것이 Simon 박사가 말하는 프로(승자)의 경기였다. 즉, 승자의 게임에선 상대방보다 높은 점수를 빨리 얻는 것이 승리의 전략이다.


아마추어들이 하는 테니스는 그 반대다. 프로 선수들의 아름다운 포핸드 스매시를 볼 수 없을뿐더러, 가끔씩 운 좋게 나오는 샷들을 빼면 그저 네트를 넘기는 일에 급급하다. 볼이 아웃되거나 서브 실수, 더블 폴트도 부지기수다. 아마추어끼리의 시합에서도 승자가 결정되지만, 상대방의 실수로 점수가 난 것을 내가 ‘이겼다’고 보긴 힘들 것이다. 내가 승자가 된 이유는 내가 잘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상대방이 나보다 더 많이 실점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보다 빠르고 많이 실수하게 만드는 것이 아마추어(패자) 게임에서의 승리 비결이다.


Simon 박사는 테니스 경기에서 나오는 점수를 단순히 ‘득점’과 ‘실점’으로 집계했다. 그랬더니 프로 선수들의 경기에선 총 점수중 약 80퍼센트가 ‘득점’이었고, 아마추어 시합에선 그 80퍼센트는 ‘실점’으로 만들어진 점수였다. 정리하면, 승자들의 게임에선 빠르고 많은 득점이 관건이었다면, 패자들의 게임에선 실점이 승자를 결정했다.


물론 우리는 여가로 테니스를 즐긴다. 그러나 승부는 승부다. 만약 상대방을 기필코 이기고 싶다면 게임 성격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내가 저 사람을 이겨야겠다가 아니라, 내가 저 사람보다 실수를 덜 하는 방향을 채택해야 한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경기를 풀어가야 하고, 배운 만큼만 치면서 상대방이 실수할 기회를 많이 마련해주는 것이다. 가진 역량에 비해 상대방을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클수록 무리한 시도를 할 것이고, 그럴수록 실수할 확률은 치솟는다. 아마추어들은 마인트 컨트롤 훈련도 되지 않았을 테니 본인의 실수에 자책하며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것이다. 덜 실점(실수)하면 이길 수 있다.


전쟁 또한 패자들의 게임이다. 어릴 때 Torpedo라는 보드게임을 좋아했다. 보드판 아래 각자의 잠수함대를 숨기고, 상대방의 잠수함들을 침몰시키기 위해 보드판에 쓰여 있는 좌표에 어뢰를 발사하는 게임이다. 게임의 후반으로 갈수록 실수로 빈 좌표에 어뢰를 발사하면 내게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왔다. “Strategy and Compromise”를 쓴 미국 모리슨 제독은 이렇게 말했다. ‘전쟁에서 실수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아군의 전술은 적군의 전략과 의도를 예상하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전쟁 중에 수집되는 정보는 종종 틀리기 때문에, 승패의 갈림길에서는 전술적 실수를 덜 만드는 군대가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미식축구는 공격팀과 방어팀이 따로 있다. 경기를 보면 각 팀의 방어팀과 공격팀의 전술을 보는 재미가 있다. 자료에 의하면, 훌륭한(=상대 공격팀이 많은 야드를 진출하지 못하게 막은) 방어팀은 공격적이고 임시변통의 전술들을 많이 구사한다고 한다. 한편, 훌륭한 공격팀들은 안전하고 정석의 전술들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공격의 실수는 곧 득점 기회 상실을 넘어 실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NFL의 전설적인 코치 Vincent Lombardi도 경기 전략에 대해서 ‘Keep it simple.’이라 했다.


이기는 경기 전략(Winning Game Plan)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게임을 치르고 있다. 이 게임들은 조건도 다르고, 난이도도 다르고, 경쟁 상대들도 달라진다. 게임에 임하기 전에 내가 하는 이 게임의 성격을 생각해보자. 이건 패자의 게임인가, 승자의 게임인가? 당신이 참여한 게임이 승자의 게임임을 확신한다면 축하한다. 하지만 나처럼 대다수 참가한 패자들의 게임에서 이기고 싶다면, 아래의 전략을 따르는 것을 권유한다.


하나. 나만의 규칙 아래 경기할 것. 시합의 규칙은 선수로 하여금 안정감을 주고 본인의 퍼포먼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럼에도 조급함을 느끼거나 불안하다면, 그건 내가 스스로 빠져든 착각의 늪이다. 당신이 속한 게임을 가장 공정하게 만드는 방법은 당신이 바로 심판이 되는 것이다.   


둘. 단순한 방식으로 경기할 것. 단순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면 나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순위가 복잡하다면 나만의 경기를 할 수 없다.


셋. 지키는 전략에 집중할 것. 패자의 경기에서는 절대다수가 비등비등하다. 크게 특출 난 사람 없이 없다. 그래서 이기고 싶다고 단판 승부를 걸면 위험하다. 단기간에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엔 조급함과 탐욕이 섞여 있다. 패자의 게임 특성상 '더 많이, 더 빨리' 할수록 빨리 실점하고 진다. 왜 버크셔 헤서웨이의 펀드 운용 전략을 생각해보자. 진짜 잘하는 사람들은 사는 것보다 파는 것에 80%의 노력을 집중한다. 서투른 공격보다 탄탄한 방어가 승률을 높인다.


넷.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 실점한 내용 하나하나 다 나의 책임이라고 받아들이면 끝도 없다. 프로들과 아마추어의 차이점은 경기 외적인 요소가 주는 영향력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는 것은 내 경기력을 상하게 한다.


다시 말하지만 패자의 게임에서도 승자가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를 안 할 것도 전혀 없다. 오히려 이 세상의 웬만한 게임들은 패자들의 게임이며, 승자들도 많이 나오는 게임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패자들의 게임은 목적의식을 잃은 동기부여를 이용해 많은 영혼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현명한 사람일수록 무심코 득점 전략을 세우다가 질 수도 있다. 다수의 참가자들로부터 득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점을 막는 방식이 필승 전략일 수 있다.


인생을 길게 보았을 때, 이겨먹어서 좋은 상대는 나 자신밖에 없다. 동시에 가장 큰 성취감을 가져올 사람이기도 하다. 어떤 게임을 하게 되든 me vs. world가 게임의 본질(true nature)이다. 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침착해야 하고, 승리를 위해서는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은 늦어도 괜찮은 것이 아니라 언제 행동할지를 아는 용기이기 때문이다.


Inspired by Charles D. Ellis, <The Loser’s Game>


essay by 이준우

photo by Hassan Pasha, GR Sto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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