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100]
코치가 되면서 결심을 했다. 내 책을 써야겠다고. 처음 책이 나오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다. 두 번째 책이 나오는 데는 두 번의 기획과 노력이 엎어졌다. 그동안 세 권의 책을 냈다. 첫 번째는 공저로 만든 ‘신나는 아빠, 신나는 편지’, 두 번째는 ‘FiRE! 불붙는 조직 만들기’, 세 번째는 ‘마흔일곱 시애틀’. 처음 책을 내고는 저자가 되는 기쁨을 맛봤고, 두 번째 책은 자신의 브랜드가 되어주는 책의 의미, 세 번째는 내가 직접 찍은 사진과 글로 편집까지 해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책이 나오면 기쁨도 있지만, 살펴보다 보면 허점부터 보인다.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띈다. 정말 좋은 책인가? 부끄러우면서도 점점 나은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네 번째 책을 만들면서는 좀 더 긴호흡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면 생각이 다져질 것이고, 좀 더 단단한 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시작은 2018년 1월의 다짐이었다. 매주 한 개씩 칼럼을 쓰고 어느 정도 모이면 그중에 좋은 것만 추려서 책을 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작년에 시작한 이 루틴은 오늘까지 모두 99개를 썼고, 이 글이 100번째다. 딱 한주 건너 뛰었고 올해를 정리하는 의미로 그중에 30개의 글을 모아 일단 책으로 묶었다. 일종의 디지털 초고인 셈이다. 주변의 반응과 피드백을 반영해서 종이 책으로도 내볼까 한다.
사실 내 주변에는 자신의 책을 만들고자 하는 분들이 많다. 생각은 있지만 아직까지 결과물을 만들지 못한 분들을 위해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용했던 몇 가지 방법을 알려드릴까 한다.
1.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라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감을 찾고, 어떻게 쓸지 고민을 하고, 글을 쓰고, 수정하고, 다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슨 일을 하든 결과를 만들려면 먼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필자는 평일 새벽에 한 시간, 토요일에 두 시간을 칼럼을 위한 시간으로 빼놓았다. 주중에는 여유 있게 글감을 찾고, 글의 얼개를 만들고, 주말에 완성시켰다. 여유 있게 시간을 빼놓아 글을 쓰는 과정이 나의 취미, 즐거운 놀이 과정으로 만들려 했다.
2. 글을 쓰는 루틴을 만들어라
시험공부를 하려고 하면 책상 정리가 안 돼있는 것이 눈에 보여 청소를 하다 시간을 다 보내는 것처럼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마음이 잘 잡히지 않는다. 글을 꾸준히 쓰려고 하면 루틴이 필요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에 무조건 200자 원고지 20매씩 쓰고, 일반적으로 다른 작가들도 하루의 정해진 양은 쓰려고 노력한다. 아마추어가 영감을 기다릴 때 프로는 작업하는 것이다. 마라톤을 하듯 꾸준히 정한 시간에 습관처럼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그 시간이면 자동적으로 글이 써진다.
3. 글감을 모아야 시작된다.
초등학교 때 일기를 쓰려고 보면 놀러 간 날은 쓸 것이 많은 데,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할 날은 적을 것이 없었다. 이처럼 읽은 책이 없거나 인상적인 이벤트가 없을 때는 글 쓸 꺼리도 없다. 글감을 잘 모으려면 우선은 관련 자료를 많이 보아야 한다. 책뿐만이 아니라 관심 있는 영화, 유튜브 등 동영상 자료도 힌트가 된다. 그중 최고는 몸으로 생활하면서 느끼고 현장에서 알게 된 것들이다. 그리고 글감으로 쓸 만한 것이 나오면 무조건 모아두어야 한다. 메모장이나 수첩에 적어놓다 보면 하나만 쓰기에는 약하거나 관련 없던 소재들이 연결되기도 하고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4. 쓴 글을 공개하며 피드백을 받아라
매주 글을 쓰면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좋은 글에는 좋아요 와 라이킷이 달린다. 읽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데드라인이 생긴다. 이 압박이 글을 쓰게 만든다. 힘들게 꾸역꾸역 글을 쓰지만 독자들이 좋다고 평가를 해주고 댓글을 남겨주면 그 재미에 또 글을 쓰게 된다. 어떤 반응이 올까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이 글 쓴 사람의 묘미다. 마치 연애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 것처럼. 블로그는 오랜 친구가 많다면, 브런치는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다. 읽히는 수도 훨씬 높고, 글과 관련해서 원고 요청도 여러 번 받았다.
5. 먼저 쓰고 완성도를 높인다.
글을 쓰다 보면 애매한 부분이 나온다. 그러다 보면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확인해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정해져 있다. 이 시간 안에 글을 완성하지 못하면 지치고 만다. 경험에 의하자면 초고는 생각나는 대로 막 쓰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 나서 다시 읽으면서 완성도를 높여나가면 된다. 일단 초고가 완성되면 더 잘 만들고 싶은 마음에 계속 살펴보게 된다. 책을 집중해서 만들 때도 그렇다. 글 하나하나를 완성도 있게 쓰려다 보면 지치고 만다. 일단은 쫙 쓰고 그다음 만족될 때까지 수준을 높여 나가면 된다.
6. 자신이 편한 도구로 정리한다.
자판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익숙해지지 않은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연습이 필요하다. 글감이 떠올랐을 때 먼저 녹음해 놓거나 동영상으로 생각난 것을 찍어놓으면 된다. 그다음 받아 적으면서 정리하다 보면 글 쓰는 능력치가 올라간다. 글을 쓰는 프로그램도 자신이 편한 것으로 하면 된다. 처음 책은 워드로 적었고, 두 번째 책은 내용을 앞뒤로 바꿀 것이 많아 익숙한 파워포인트로 썼다. 세 번째 책은 에버노트에 모아놓은 사진과 글로 썼고, 이번 책은 브런치가 플랫폼이다. 정해진 방법은 없다. 자신이 편한 방법으로 하면 된다.
7. 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만든다.
평소 책을 보는 것은 좋아했다. 그렇게 보다 보면 인상적이고 말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 책과 똑같이 이야기하기 보다 나름대로의 이야기로 풀고 싶었다. 이런 부분을 글로 적었다. 글로 적은 것이 모여서 책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은 정리가 되고 명료해진다. 머릿속에 담겨있던 이야기들은 적절한 상황에서 떠오른다.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거나 강의를 할 때 활용하게 되면 글은 더 단단해지고, 다른 글감이 떠오른다. 이렇게 자신이 쓴 글이 책으로도 만들어지고 일상생활이나 강의에서 유용하게 활용된다고 느껴지면, 더욱 열심히 글을 쓰게 되는 선순환 구조 (글>책>강의>글)가 만들어진다.
2년간 쓴 글을 정리하는 의미로 책으로 묶었다. 이럴 때 브런치에 있는 통계를 활용했다. 공유가 많이 되고 라이킷을 많이 받은 것이 독자가 관심이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뽑아냈고, 고른 글들을 살펴본 후에 비슷한 것끼리 모아 맥락을 잡았다. 제목을 정하는 것이 한동안 고민이었는데, 마음속에 어떻게 할까 품고 다니니 제목도 우연한 기회에 발견하게 되었다.
일주일에 칼럼 하나씩 쓰는 것.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글을 안 썼으면 마음은 편했겠지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가끔 아이를 보는 친구가 못 본 사이에 많이 컸다고 한다. 매일 보는 사람은 모르지만 아이는 매일 같이 밥 먹고 뛰어놀고 공부하면서 쑥쑥 커가는 것이다. 2년 동안 나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걸어왔으니 그만큼 나아졌으리라 믿는다. 100개의 글과 그것으로 나온 한 권의 책. 이것이 성장의 결과물이다.
+1> 책의 제목은 “두려워하지 마라, 후회하지 마라”입니다.
아래에서 초고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반응이 좋으면 종이책으로도 내볼 생각입니다.
많은 응원 바랍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dontbeafraid
+2> 연말이고 전문적인 책을 한 권 써야 할 것 같아 잠시 휴식시간을 갖겠습니다.
빨리 마치고 돌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이형준의 모티브 100] 자신의 책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