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준의 모티브 99]
"굳이 제가 그 일을 해야 할까요?”, “저는 팀장도 아닌데 리더십이 필요한가요?”, “팀장이 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어요. 그냥 이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 안 받고 쭉 오랫동안만 일하고 싶어요”
팀의 고참이나 차석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다. 자신에게 권한과 책임이 없을 때, 회사에서 팀장에게 일은 많이 시키고 보상은 적을 때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팀장이 되면 그때 가서 열심히 하면 되지요”
과연 그럴까? 팀장만 달면 바로 리더십이 생길까? 리더십에도 명목적인 리더십이 있고, 실질적인 리더십이 있다. 팀장이 되는 것은 명목적 리더십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완장을 차게 되면 그에 맞는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그것을 모든 사람이 잘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팀장이 되었다고 구성원들이 무조건 리더를 따르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팀에 팀장은 있지만 팀원들은 다른 구성원의 말을 따른다면 실질적 리더십은 다른 구성원에게 있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리더가 되었을 때 명목적 리더십과 실질적 리더십을 함께 갖는 것이다.
리더십을 갖는 데 있어 핵심 덕목 중의 하나는 구성원들과 신뢰를 갖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지시를 했을 때 바로 행동으로 옮겨지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리더의 말을 따르고, 열심히 자신의 몫을 하게 된다. 신뢰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뢰를 쌓아가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중의 핵심은 '자기중심성을 낮추는 것'이다.
자신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을 위해 헌신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신뢰도 높아진다. 그런데 자기 좋을 때만 행동하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는 신뢰를 만들 수 없다. 일반적으로 팀장이 될 때는 자신이 함께 일해온 팀에서 리더로 선발된다. 그들과 일할 때 쌓아온 시간과 관계가 리더십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 팀장이 된다면 다른 팀원들은 그를 따를까?
리더의 역할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세상의 변화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거의 반복되는 일을 했다. 그러다 보니 경험이 많은 리더가 답을 알고 있었다. 답에 맞춰 시키는 일만 하면 되었다. 관리자의 역할은 필요한 행동을 지시하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 관리만 하면 되었다. 전쟁으로 치면 공성전처럼 현장에서 이슈가 생기면 위의 리더에게 보고하고 상급자는 다시 위의 리더에게 보고하고, 이렇게 순서대로 정보가 올라가면 최고 경영자는 의사 결정을 해서 아래 사람에게 전달하고, 그 결정사항은 다시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 진행되었다. 경쟁자도 많지 않았고, 속도도 빠르지 않았다.
IT 혁명으로 세상이 바뀌었다. 소비자, 시장, 경쟁자, 모두 빠르게 변한다.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되고 죽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경쟁은 속도전이다. 이를 위해 조직은 여러 단계의 수직적인 체제에서 바로 의사결정과 실천이 가능한 수평적인 팀제로 바뀌었다. 팀이 과제를 받게 되면 그 안에서 의사결정을 해가며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전쟁의 형태로 치면 게릴라전, 특수전이 된 것이다.
특수부대에서 한 팀이 작전을 할 때에는 팀의 임무수행을 최우선으로 놓고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해야 한다. 팀의 구성원이 이탈했을 때 남은 역할도 받아서 수행해야 한다. 적이 공격해 온다면 바로 대응사격을 해야 한다. 그때는 누구의 지시도 기다리지 않는다. 바로 행동해야 한다. 그 행동이 의사결정이고, 그 순간 그가 리더 역할을 한 것이다. 상황에 따라 리더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계속 바뀌게 된다.
이런 세상에서 리더를 맡겨주면 그때 행동을 하겠다는 것은 팀을 죽음으로 내모는 길이다. 그 끝은 자신도 같이 죽는 것이다. 함께 뛰는 팀에서는 역동적인 상황 변화에 맞춰 자신이 알아서 역할을 찾아 뛰어야 한다. 농구에서 공을 잡은 사람이 어떻게 경기를 풀지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가 된다면 나머지 팀원들은 공을 받기 쉽고 결과를 내기 용이한 공간을 찾아 뛰어가야 한다. 그리고, 공을 받았을 때는 최선의 선택을 하며 게임을 풀어가야 한다.
경기를 할 때 그 안에는 명목적인 리더인 주장도 있지만, 공을 잡는 순간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가 되는 것이다. 속도전으로 경쟁이 이뤄지는 지금 우리도 이런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장이 되면 그때 가서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면 과연 그 경기를 이길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행동한다면 다른 팀원들은 그 선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함께 하는 경기에서 자기만 생각하고 자신만 잘났다고 하는 선수에게는 공을 잘 주지 않는다. 팀보다 중요한 선수는 없다. 자신을 내려놓고, 팀을 위해 의사결정하고 헌신할 때 자신의 위상도 올라가고 팀도 이길 수 있다. 자기에게 공이 주어졌을 때만 열심히 뛰겠다는 것은 선수도 아니다. 그런 선수는 프로로써 자격이 없다.
[이형준의 모티브 99] 팀장도 아닌데 나설 필요가 있나요?